바쁨속에서 무드속에서…

비오고 바람불면 결항인 이곳이니, 항공편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통일호에 몸을 실었다. 차를 몰면 40여분 거리인 동대구가 기차로는 시간반. 엘에이행 비행기 출발시간이 반나절도 더 후인데 벌써 떠나야하고, 오늘따라 무거운 짐이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우울함을 더해줬는데… 잠시 졸다가 바라본 이 안강, 영천의 철로변은 정말 보기드믄 푸른 숲, 푸른 논밭, 한가한 마을풍경이었다. 작년 겨울 오사카를 지나  남쪽 바닷가로 여행중 보았던, 노랗게 감귤 익어가던 이색적이던 일본 농촌마을들과 비교하여 또 다른 감흥을 일깨워 주었다. 익숙한 내 나라 내 땅의 풍경인데도… 동대구에서 KTX갈아타고 약간은 좁은 좌석에 숨을 고르며 1시간50분만에 서울역 도착. 다시 부랴부랴 셔틀을 타고 1시간여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끝내니 출발전 3시간…

\’아시아나라운지\’에 자리를 잡자마자, 오늘의 메뉴인 \’메밀국수\’ 세뭉치를 국물에 말아먹고, 약간의 샐러드와 스파게티, 치킨쑵 아닌 닭죽까지 반그릇 비우고, 커피 한잔에 한숨을 돌린다… 출발시간까지는 2시간…

바쁘다면서 시골산다면서 서울감이 연례행사니, 친구들이 내 모습을 기억이라도 해낼까? 내 아는 그 친구들, 이 비오는 휴일엔 무엇들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어릴때 처럼 우~우 우우우 쎄마이클래식 가수들의 목청을 흉내내고 있을까? 날이 우중충하니 횟집보단 곱창집에서 소주한잔에 시름을 풀고 있을지도… 예술가 그 친구는 내리는 비 바라보며 커피향 무드속에… 교통상황땜에 시청에 건의겸 항의도 한다는 글솜씨 대단한 여의도 그 친구는… 악보도 보내줬던 사진으로만 얼굴을 기억하는 그 친구는…  

인생의 가치란 \’속속들이 음미되고 겪어져야 함\’에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있지만, 자꾸만 흘러가 버리는 이 세월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이 음미하고 겪어 가는 것일까??  

아무튼 난, 이시간도 커피한잔에, 컴 키보드에, 요즈음은 만나보지도 못한 내 친구들 생각에 빠져 있다네… 이것도 일종의 음미됨이며 겪어짐이겠지… 모두들 잘 지내게. 난 당분간 엘에이에. 장마가 끝날때 쯤에나 귀국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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