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에서 1박 2일 세미나

천년고도 경주에서 1박 2일 세미나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이라서 경주 보문단지로 접어드는 길목은 온통 진초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경주관광업계가 지진과 코로나팬데믹 직격탄을 맞아 지난 2년여간 피해가 막심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전염상황도 크게 완화되고 규제도 많이 풀려서 그래도 많은 이들이 관광오고 모임을 갖는 것 같다. 포항 양덕동 집에서 꼬박 1시간이 걸려 목적지인 보문단지의 한 호텔에 오후 2시경 도착했다. 지정된 7층 방에 도착하니 강한 햇빛 때문에 창문에 두꺼운 커텐을 쳐놓았는데, 이를 펼치자 황룡사 9층탑 거대한 모습이 창가에 가득 다가오고 있었다.

  경주지역은 2,300여년전 12개의 소국으로 형성된 진한(辰韓)의 중심지였고 거의 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 ‘서라벌’이었다. 서기 57년 6부의 촌장들이 박혁거세를 거서간으로 추대하고 국호를 서야벌이라 했다. 65년(탈해왕 9년)에는 이를 계림으로 고치고, 307년(혹은 503년)에는 신라라 했다. 그후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통일신라시대를 열었으나, 대동강 이북에서 만주에 이르는 고구려의 옛땅을 회복하지는 못해 않타까움이 크다. 신라는 935년 경순왕이 고려의 태조 왕건에게 항복했고 서라벌은 경주로 개칭되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문화유산은 물론,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물·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자연박물관이다. 특히 남산지구(사적 제311호)는 그 자체가 거대한 노천박물관으로 36개 계곡에 110개의 절터, 61개의 석탑, 78개의 불상 등이 산재해 있다. 노동동 고분군(사적 제38호)·황남동 고분군(사적 제40호)을 비롯한 다수의 고분군과 무열왕릉(사적 제20호), 괘릉(사적 제26호), 문무대왕릉(사적 158호), 오릉(사적 제172호), 현곡면 오류리 등나무(천연기념물 제89호) 등이 있다.

  필자는 포항에 살면서 지난 20여년간 경주에 자주 갔었는데, 주된 방문지는 보문단지, 교동, 안압지,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등이었다. 보문단지에 자주 온 것은 이곳에서 열리는 국내 및 국제세미나 참석을 위해서였고, 때로는 보문호 주변을 산책하거나 커피 한잔하기 위해 찾는 경우도 있었다. 보문단지는 1971년 8월에 정부에서 경주관광개발계획을 확정했고, 1979년 4월에 1단계 공사를 마치고 관광단지를 개장했고, 1991년 12월 온천지구를 지정했으며, 1994년 8월에는 관광특구로 지정했다. 현재 보문관광단지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총 개발면적은 8.5㎢이며, 보문호를 중심으로 국제규모의 특급호텔 5개소 등 많은 숙박시설, 2개의 골프장,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 있고, 보문 야외 공연장, 선재 현대미술관, 경주월드, 유람선 선착장 등 휴양 문화시설도 갖춰져 있다. 한편 엑스포공원은 세계 최초 종합문화박람회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는 곳으로 경주의 대표적 문화명소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날도 보문단지 한 호텔에서 한동대가 주최하는 ‘유네스코 유니트윈’ 사업의 일환인 인도네시아 웅크리스위나 대학과 한동대 유니트윈사업팀이 주최하는 국제세미나에 참석 및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한동대는 지난 20여년간 대학교육의 국제화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돕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었는데, 이 사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혁신, 지역대학, 그리고 성공적인 지역개발’이었다. 발표 및 토론된 주제들은 ‘혁신이란?’, ‘지역발전과 지역대학의 역할’, ‘농업개발’, ‘한국정부의 개도국 농업기술 전수’, ‘저렴주택 건설방안’, ‘댐과 관개시설 설치방안’, ‘지질조사 및 분석방안’, ‘건설 시뮬레이션 및 3D 프린터 이용 건설방안’, ‘이미지 프로세싱 및 생산품질 관리 방안’, ‘풍력, 태양광, 수소 등 활용한 전력생산’, ‘드론 개발 및 활용방안’, ‘지속가능한 개발 관련 교육 및 실행방안’,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 등이었다. 5~6시간에 걸친 1일차 세미나를 마치고 좀 늦은 저녁식사 후 동행한 물리학자이자 대학동창 ‘제이 리 박사’와 어둠 깔린 호텔 주변을 걷기로 했다. 주변 산기슭에 의외로 대형 극장, 커피숍, 병원, 그리고 갖가지 모습과 광고판을 지닌 중소규모 호텔들이 멋진 야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의외로 커피숍과 그 주변 야외에는 단체로 교육 온 듯한 많은 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인근에 컨벤션센터도 있지만 농협, KT 등 여러 기업의 수련원 겸 호텔들이 큰 건물들로 이루어져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두운 길을 걸어 자주 드나들던 주도로인 보문로를 건너 크고 작은 호텔과 미술관 등을 지나 보문호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지난번에도 온적 있는 대형 커피숍이 있다. 다음날 2일차 세미나가 있으므로, 우리는 불면을 피하기 위해 커피 대신 허브차를 아이스로 마셨다. 이날 따라 바람이 좀 거센데, 그 덕분에 밤 날씨가 시원해서 좋았다. 우리는 실내 대신 밖으로 나가 어둠 깔린 보문호와 멀리 네온싸인 밤야경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는 직접 발표한 필자와 제이 리 박사 이외에도 미 텍사스대 교수, 네팔 전문가, 한동국제법률대학원 미교수, 인도네시아 대학 총장/교수들이 줌으로 발표에 참여했고, 50여명의 학자와 학생들이 참여하여 진지하게 경청하고 토론했었다. 우리 팀은 두어달 후 몽골 울란바타르를 직접 방문하고 그곳 대학 및 정부기관과 만나고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인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좀 더 수그러지고 각국의 출입국이 수월해졌으면 좋겠다.

대경일보 2022년 5월 29일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