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서해안으로 보령에 다녀오다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지난 휴일 지인 한분과 일이 있어 차를 몰아 충남 보령시로 향했다. 필자가 있는 곳이 경북 포항시이니 동해안에서 약간 비스듬한 북서방향 일직선으로 서해안까지 다녀온 것이다. 예정된 운전시간은 4시간인데, 포항-대구 고속도로, 상주-영천고속도로, 당진-영덕고속도로 등을 타고 청주를 거쳐 남하하여 대전을 거치고 부여를 거쳐 보령시 성주산까지 가는 것이었다. 봄도 한창 무르익어 주변은 연한 푸르름 일색이었다. 고속도로는 한가했는데, 보통 100km 속도를 요구하지만, 어떤 지역은 110km, 때로는 80km 내지 60km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기에 약간 헷갈리기도 했다. 또한 고속도로에 ‘속도감시카메라’가 많아 차안의 ‘네비게이터’는 매우 자주 조심하라는 안내와 경고음을 울려댄다. 경부고속도로 이외 대부분 고속도로가 왕복4차선이고 노면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주변 상황에 따라 속도를 자주 변동시켜 사고를 막고자 함은 이해하지만, 좀 지나쳐서 네비게이션 안내경고와 함께 운전자를 피곤케 하고 지나친 정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공주휴계소에서 잠시 쉬고 커피한잔 한 것 이외에는 그대로 달려 4시간 만에 성주산에 도착했다. 이 산은 차령산맥의 끝부분으로 바닷가까지 높고 넓은 여러 갈래의 산맥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이 부근 최고봉 성주산은 해발 680m이다. 부여군 내산면과 외산면을 통해서 서서히 올라왔으므로 그리 높은 곳임을 못 느끼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선 늦은 점심으로 근처 할매집에서 보쌈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목적지인 ‘개화예술공원’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이 공원은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매우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대형 돌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대형공연장도 두 개나 있고, 다른 공원시설들도 많이 있다. 이 공원이 전국에 다른 공원과 다른 것은, 이미 언급했듯이 수많은 대형 돌조각과 시비(詩碑)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흰 대리석보다는 검은 돌이라는 것이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검은 돌 오석(烏石)으로 유명했었다. 이 오석으로 벼루도 만들고 비석 등 각종 석공예가 발달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각종 대형 조각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길가에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대형 검은 돌들이 크게 쌓여 있다.
또한 이 지역은 1950~70년대 탄광으로 유명했었다. 이 당시에는 모든 가정이 연탄을 썼고, 각종 공장에서도 석탄을 연료로 쓰고 있었으므로 강원도도 아닌 충청도 해변 성주산 일대가 탄광으로 유명했던 것이며, 성주면은 탄광촌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탄광들이 문을 닫고 일부는 관광용, 혹은 양송이 재배지로 쓰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수목 우거진 깊은 산세와 기암절벽을 자랑하기에, 그리고 백제때 세워지고 통일신라때 중건된 승려가 2,000명에 이르는 전국최대 사찰이었던 ‘성주사’가 이제는 흔적만 남았지만, 추후 발굴되고 중건된 각종 보물들과 함께 ‘보령 성주사지’로 크게 알려져 지금은 보령시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자연휴양관광지가 되었다.
차를 돌려 10분 거리 산 아래 보령시내로 갔다. 보령시는 과거 대천시로 불리던 중심지역에 인구 6~7만 정도가, 그리고 전체 시영역에 10만 정도가 살고 있다. 인구는 좀 줄고 있는 듯 하지만 관광객이 많이 몰리므로 이동인구는 매우 많으며, 시가지는 주요 도로의 폭들이 넓고 건물들도 잘 지어져 있는 것 같다. 구도심이었던 곳도 매우 깨끗하게 근대화되어 있어 옛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다만 과거 1951년부터 존재하던 돌로 쌓은 첨성대 정도 크기이나 좀 볼륨이 커 보이는 방어진지 겸 무기창고로 쓰이던 옛 경찰서 자리의 망루가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잠시 시내를 구경하다가 차를 9km 떨어진 대천해수욕장으로 돌렸다. 이곳은 어릴 때부터 자주 와보던 곳이지만 요즈음은 더욱 발전하여 전국의 최고 해수욕장답게 백사장도 길고, 상업시설이 웬만한 도시 중심부를 떼어 온 것 같은 규모로 화려하다. 이곳은 여름에는 ‘머드축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워낙 풍치가 아름다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여름 아닌 계절에도 많은 이들이 수도권 등에서 찾는 곳이라서, 이날도 그 많은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차가 많았다. 여기서 백사장 북측 끝부분으로 가면 꽤 큰 규모의 어항인 대천항이 있다. 포항시로 치면 ‘동빈내항’이나 교외의 ‘구룡포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지역은 과거 연안에서 갈치, 꽁치, 박대 등이 잡혔고, 바닷물이 썰물로 빠지면 인근 갯벌을 따라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조개잡이를 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꽃게, 배오징어, 소라, 우럭, 도미, 대하 등이 잡히고 이 어항이 집산지이다. 또한 이곳은 원산도를 비롯하여 외연도, 삽시도, 녹도 등으로 떠나는 여객선의 출발지이며 도착지이다.
그리고 여기서 원산도까지 해저 6.9km의 왕복4차선 ‘보령해저터널’이 2021년 12월 개통되었다. 그리고 원산도에서 안면도를 연결하는 1.7km의 ‘원산안면대교’가 2019년 12월 개통되어 대천항에서 안면도까지 10분만에 연결되는 것이다. 공사비는 각각 4,881억원과 2,082억원이었다는데, 국가재정사업이라서 통행료 자체가 없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상 건너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건너봐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해저터널과 대교가 포항시에서 계획하는 ‘영일만대교’와 ‘영일만 해저터널’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경일보 2022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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