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거닐며 커뮤니티를 생각하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요즈음 많은 이들이 커뮤니티 내지 마을공동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개념들이 다르게 정의되고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부터 우리가 쓰던 개념 그대로 우리가 사는 동네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는 다르고 또 달라질 커뮤니티와 요구되는 물리적인 변화를 논의 하기도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생산과 소비패턴, 정치사회문화 커뮤니티의 작동, 교육 등에서의 변화를 정확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간정신상·인간관계상의 문제가 클 수 있어서 그에 관한 대응 내지 저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필자도 그 변화와 대처방안을 생각해 보던 차에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전통적인 동네 커뮤니티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잠시 나눠보고자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여행이 자제되면서, 또한 직장인 대학에서 반쯤 은퇴하게 되면서부터 필자의 행동반경이 요즈음 더욱 제한되어 있다. 이 말은 예전보다 집과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는 뜻이다. 우선 마스크를 쓰고 주거지인 아파트단지를 혼자서 한바퀴 돌기도 하고 밖으로 나와 좀 더 긴 시간 동네 서너 블락을 걷기도 하고, 만날 이 있을 때는 동네 단골 커피숍에 들르기도 한다. 물론 커피숍도 넓고 한적하고 만나는 사람 수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커피 한잔에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어 좋다. 아파트 후문밖에는 그리 크지 않은 어린이공원이 있다. 근래 새로 조성되어 새로운 놀이기구도 설치되고, 나무들도 많아지고, 주변으로 작은 둘레길도 만들어 놓았다. 한동안 이곳은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청소년들이 잡담하던 곳으로 비쳐졌는데, 이제는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와서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동네공원을 온 식구가 자주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물론 마스크들을 쓰고 있고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지만, 다른 때라며 그냥 지나쳐버리는 공간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바로 옆에는 꽤 넓은, 건물이 세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있는데, 몇 년전부터 5일장이 서고 있다. 큰 규모의 장이 아니고 상인 십 여명 남짓 천막을 치고 모일 뿐이지만 3일과 8일에 지속적으로 열려 동네 사람들이 과일, 채소, 두부, 옥수수, 호떡 등을 구입하고 있다. 물론 필자도 채소와 과일, 찐옥수수, 그리고 때로는 즉석두부를 구입하기도 한다. 여기서 자주 마주치니 목소리만 듣고도 인사하는 분이 생기게 되었다. 신시가지 고층아파트타운이라서 크고 작은 마트들도 있는 터라 5일장이 서는 것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나, 꽤 많은 이들이 오며 가며 들르고 장서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멀리 운전해가지 않고 동네에 열리는 탁 트인 야외시장이라서 사람들이 좀 더 모이는 것 같기도 하다. 동네에 병원, 치과, 약국 등이 있어서 자주 들르는 편인데, 특히 약국은, 요즈음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로 아는 척은 많이 못하지만, 동네사람들이 마주치는 곳들이다. 인근에는 24시간 여는 꽤 큰 마트들도 존재하고 김밥집, 반찬가게, 커피숍, 미장원 등도 많은 이들이 마주치는 곳이다. 번화한 사거리 약국 앞에 매일 과일박스를 놓고 파는 아저씨도 있고, 아주 조금씩 채소를 길바닥에 진열해서 파는 아주머니도 있는데, 사람들이 오다가다 잘 구입하는 모양이다.
근래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이론상으로나 강조되는 듯 한데, 이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고층아파트에 살게되며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과거의 동네의식이 거의 사라졌음으로 인해, 지나친 개인주의를 탈피하고 동네공동체를 조금이라도 되살려보자는 생각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아진다. 필자도 어릴때 살았던 시골마을에서의 동네의식, 특히 새마을운동 등과 함께 더욱 강조되었던 커뮤니티운동이 생각나는데, 지금 도시에서는 거의 다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요즈음 그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국내외 여행이 크게 제한되어 있고 동창회든 큰 모임은 물론이고 작은 동기 모임 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에 많은 이들이 과거 생활패턴과 다르게 혼자 집에서 영화보고, 게임하고, 밖에 나가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어느 정도 익명의 상태에서 물건을 사고 혼자 걷기도 한다. 이게 새로운 문화이고 생활습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고, 사람을 사귀고, 함께 일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흥정함이 대부분의 일상이었을 것인데, 지난 1년여 피해가 대단히 크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고 주거가 잠만 자는 것이 아닌, 동네가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과거보다 더욱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본다. 동네 사람들간의 공동 관심사안 토의 내지 커뮤니티 의사결정들도 과거와는 다르게 더욱 인터넷 내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며 그런대로 성과를 이루어 냄도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아무튼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가 어서 빨리 극복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가운데서도 얻어진 좋은 습관, 예를 들어 개인위생, 실내 환기, 가족과 시간 보내기, 동네에서 시간 보내기 등에 대한 향상은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나친 혼자 보내는 시간 증가로 학생들의 사회성 위축, 우울증 증가, 서로 돕고 협력하기 감소 등 좀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영향들이 오래 남겨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극복방안은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영남경제 2021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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