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교수님, 제목이 너무 진부했나요? 그냥 한번…기분내서…
모로코의 마라케쉬(Marakkech)라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수도 라바트(Rabat)는 대서양과 만나는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면, 마라케쉬는 동편으로 4시간 가량 떨어진 도시입니다. 모로코내의 여럿 대도시 중 관광도시로는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지요. 물론 카사블랑카(Casablanca)의 유명세를 따라가기 힘들지만, 이 곳에서 일주일만이라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카사블랑카의 유명무실에 금새 실망하고 마라케쉬를 사랑하게 될겁니다. I promise…
그래서, 마라케쉬의 명소 “자말푸나 광장” 사진을 한장 올려볼까 하다가 사진 올리기 기능이 없음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자말푸나 광장”은 반드시 밤에 가야합니다. 낮에는 몇조각의 휴지들이 땡볕에 뒹굴뿐이고요, 볼것도, 먹을 것도, 따라서 매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어디서 나왔는지 수백개의 전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합니다. 나름대로 질서 정연하답니다. 광장의 모서리에서 반대편 모서리까지 가득 메운 노란 불빛들은 다름아닌 지붕없는 포장마차들의 행렬입니다. 즉석에서 쌓여있는 오렌지를 갈아주고, 달팽이를 삶아주고,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다짜고짜 뱀쇼를 하고, 이상한 약제를 팔고, 이곳저곳에서는 불판에서 고기굽는 연기가 치솟고…그렇게 매일밤 광장은 북적이고, 시끄럽습니다. 전 사실, 광장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보다, 그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까페에서 시원한 탄산음료나 한병 빨대로 마시는 편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한걸음 뒤에서 바라다 보는 광장은 그 자체로 딴 세상 같습니다.
마라케쉬는 이렇듯 저에게는 아름다운 밤의 도시로 각인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로코는 프랑스의 식민지 국가여서, 마주치는 모든것에 프랑스와 아랍의 문화의 혼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제가 사는 아파트는 두개의 길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큰길 이름은 “아비뉴 프랑스”, 좁은 골목 이름은 “알 카타와트” 입니다.) 아비뉴 프랑스, 즉 ‘프랑스 거리’는 식민지 시대에 생겨난 주요도시의 신시가지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이름인데요, 즉 저희 집 옆에도 지나가고, 저 멀리 마라케쉬에도 같은 이름의 거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재밌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라케쉬의 ‘아비뉴 프랑스’가 사라지고, ‘모함메드 6세 거리’가 생겨났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동경로가 세종로…쯤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나라 국민의 프랑스에 대한 감정이 우리국민의 일본에 대한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르긴 합니다…) 모로코에 살면서 애정을 지닌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 나라가 어떻게 변해갈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아, 우리 집 주소가 바뀔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지난 주말에는 ‘모함메드 6세 거리’의 주인공, 모로코 국왕의 즉위 5주년 기념일 이었습니다. 왕정국가의 카리스마를 달라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답니다. 기념식에 맞추어 주요건물의 환경미화 작업이 분주했고, 화단정비, 광장정비…최근 몇달 동안 “downtown은 공사 중” 이였습니다. 이 공사때문에 많은 상점들의 영업에 피해가 많았을 텐데, 잠자코 경축 국기를 걸어놓는 것을 보면 제가 이해할래야 할 수 없는 것들이 바닥부터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한장 올린다는 것이, 갑자기 글이 길어졌네요.
종종, 이야기 거리가 생기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신선한 방명록에 글이 너무 건조했죠?
교수님, 더위에 몸튼튼, 마음튼튼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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