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인타운의 불황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미국이나 한국이나 지속적인 경제불황 상황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고, 미-중, EU-중국 등의 무역전쟁 역시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몇 년을 보낸 필자로서도 수입이 적어지니 씀씀이를 줄여야 했지만, 생활공간도 줄여야 해서 몇 억원대 아파트를 시장에 최저가로 내놓았어도 몇 년간 팔리지 않았다. 수도권도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지방도시인 포항은 주택경기가 최저점을 찍고 있다. 주택가격 자체가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대도시들 보다 더욱 낮은 가격일텐데, 매기 자체가 거의 없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주택경기도 크게 위축되어 있다. 물론 대도시이기에 서울의 경우와 비슷하게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하거나 매기가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평소 생각하던 시장가격보다 크게 에누리해야 매입 희망자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등지에서는 매입 희망자가 겹쳐서 시장가격보다 더 높게 가격을 불러야 구매가 가능하기도 했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갖가지 국제관계 및 미국 내 정책 관련 돌발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미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경기가 전혀 나아질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연방정부에서도 수십만명의 공무원들을 해고하거나 무급휴가를 주기도 했지만, 연말 가까이 가며 많은 대기업/하이텍기업들이 직원들을 크게 해임하고 있다. 2025년 10월에 해고된 인원이 작년 이맘때에 비해서 그리고 전달에 비해서 150~200% 늘었다는 것인데, 해고된 이들이 예전과 다르게 대부분 화이트칼라 고용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임금이 비교적 높은 사람들로서 각자 집을 지니고 좋은 차들을 지니던 사람들이라서, 이들이 다른 직업을 찾을 때까지 각자의 어려움이 크겠지만,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LA코리아타운의 경기도 몇 년째 위축 중이다. 코리아타운이 경기는 미국경기만이 아니라 한국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그 영향이 눈에 보인다. 코리아타운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업이 크게 줄었고, 한국에서의 방문객들도 줄었고, 환율이 고공행진 중이라 유학생들의 어려움도 커졌다. 그렇다고 물가나 임대료가 내리느냐? 그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생필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임대료도 마찬가지이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니 문제인 것이다. 불황에 인플레이션이 겹치니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크다.
주택시장의 경우도 딜레마적 상황이 지속된다. 서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로스앤젤레스의 주택가격은 주택경기와 관계없이 높아져 있다. 주택수에 비해 사람과 비즈니스가 몰리니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도심 및 메트로폴리탄의 모든 주택가격들이 크게 높다면, 그 도시의 인력시장 수급은 큰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하이텍/고임금 직업인들만이 아니라 중간계층 그리고 노동자 계층이 함께 존재해야 그 도시의 경제산업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과 임대주택이 존재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대도시에서 주택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모기지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20~25%의 다운페이를 통해 은행에서 쉽게 장기융자를 얻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부실대출을 염려하여 그 턱이 매우 높아졌다. 제대로된 직장을 가지고 크레딧이 좋아야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주택가격이 비싸니 연소득이 15만불은 되어야 겨우 평균가격 이하 주택구매가 가능한 것이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50년 상환 모기지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50년 모기지, 기회일까? 함정일까?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폭등한 주택가격과 6%대 이상의 모기지 금리로 인해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파격적인 정책 카드가 이 50년 상환 모기지이다. 그는 이 정책이 미국 주택시장이 직면한 역대급 이중고(집값 폭등과 고금리)를 해결할 현실적인 카드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이를 통해 월 상환액을 크게 낮춰 주택구매능력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과연 이 정책이 구원투수일까? 아니면 평생 빚의 덫일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국 평균 25% 이상, 주요 도시는 30~40% 이상 주택 가격이 폭등했고,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모기지 금리는 6%대에 고착되었고, 이로 인해 월 상환액 부담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다. 집값을 내리거나 금리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출기간을 늘려 월 부담을 낮추자는 발상이다. 이는 젊은 세대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시장 수요를 살려보겠다는 수요 부양 정책에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월 상환액이 줄어드는 대신, 총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집을 보유하면 30년 모기지는 집값의 약 24%를 순자산(Equity)으로 쌓을 수 있지만, 50년 모기지는 14% 정도밖에 쌓이지 않는다. 같은 기간 동안 자산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한 50년 모기지는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라서, 매수자가 많아지는데 주택공급이 더디어지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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