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가꾸기가 일상이 된 이유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동해안 50만 인구의 중간 정도 크기의 도시에 살고 있지만, 일터가 부도심에서도 좀 떨어진 전원 속에 자리하기에 주변은 야산의 나무와 풀들로 초록 일색이다. 아직 푸르름이 한창이지만 좀 지나면 낙엽이 지고 소나무 등 침엽수들만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캠퍼스 내에는 더욱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피어난다.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흰 목련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난다. 하지만 여름이면 푸른 잎이 무성해지고, 길가에 늘어선 느티나무와 함께 푸른 세계를 이룬다. 개교한지 30년이 넘어가니 처음에 심었던 작은 묘목들이 이제는 아름드리 나무들로 변하여 캠퍼스의 풍치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그때는 건물도 몇 개 않되고 난방도 냉방도 제대로 않되어 더웁고 추운 계절을 보내었고, 초목들 마져 앙상하여 매우 쓸쓸한 모습을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젖과 꿀이 흐르는’ 푸르름이 가득한 캠퍼스가 되어 있다.
사무실을 여러 차례 옮기다가 마지막으로 옮긴 곳은 이제 4년째 지내게 된 캠퍼스 가장자리 3층 건물의 꼭대기 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10평 좀 넘는 장소이다. 책상과 책장, 그리고 가득한 책들이 좀 혼잡하지만, 그곳에 20여개 화분들이 있고, 여러 종류의 화초들이 자라고 있다. 처음부터 큰 화분들을 사들인 것이 아니고, 필자가 씨앗을 발아시키거나 여기저기서 조그만 것들을 모아 심어 자라게 한 것들인데, 제법 크게 자라나 사무실이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크게 자라는 것은 4년전 한 제자가 사다 준 작은 몬스테라였는데, 이게 크게 자라났다. 가지를 3개 정도 잘라 키우고도 넝쿨이 1미터는 넘는 것 같다. 호야 덩굴도 2개 있고, 동양난도 2개 있고, 홍콩야자, 아레카 야자, 개운죽, 선인장 여러 종류, 큰 화분에는 산에서 캐어온 약초 뿌리도 심어져 있는데, 한때는 고구마 줄기를 키워 작게나마 수확을 한 적도 있다.
요즈음은 정규적인 강의가 없고 하는 일이 몇 개 진행되는 논문완성을 위해 자료 모으고 쓰는 일이라, 아침 시간부터 사무실에 머무는데, 보통 30분 정도 일하다 찬물 한잔 마시고, 30분 정도 일하다 화분들을 돌보는 것이 취미이다. 오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허리/엉덩이도 아프지만 눈 건강을 위해서 자주 일어서 이것저것 딴전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사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화초 가꾸기를 좋아했다. 선친께서 바쁜 와중에도 집에 화초를 키우고 계셨다. 선인장, 난초, 레몬, 분재 소나무 등 화분들이 있었고, 채송화, 작약, 장미, 해당화, 무화과나무, 때로는 수세미 넝쿨이 앞뜰에 심어져 있었다. 선친께서는 분 갈기, 휘묻이 등도 어린 나에게 설명해주셨었다.
그 후 미국에 살면서도 앞뒤뜰 있는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서부터,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갔다. 원래는 푸른 잔디밭에 3그루 큰 키 야자나무와 동백무더기만 있는 집이었으나 많은 종류의 화초와 나무들이 추가되었다. 큰 키로 자라거나 크게 무더기 지어 자라는 여러 종류의 알로베라, 우주목, 미니염좌, 핑크 프리티, 아르보레움 등 다육이, 몬스테라 비슷한 필로덴드론 호프 셀렘, 산세베리아, 천사의 나팔꽃, 레몬나무, 비파나무, 30년 넘게 자라 굵은 넝쿨 부분만도 5~6미터 될 듯한 포도나무, 그리고 높이 7~8미터의 왕갈대 숲… 지금 우리 집은 미국의 다른 집들과도 다른 스타일의 정글 같은 집이 되어 있다. 대신 잔디는 많이 죽어 있어 좀 아쉽기는 하나, 앞마당은 화초들이 많아서, 뒷마당은 직경 큰 나무들을 여러 그루 잘라내어서인지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스프링클러를 가동시키고 있고, 멕시코인 정원팀이 일주일 한번 오는데, 자를 것은 별로 없어도 옆집과의 경계에선 거대한 오크추리 낙엽들이 너무나 많이 쌓이므로 그걸 치우는게 일인 것이다.
포항에 살면서도 집을 몇 번 옮기기도 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신규입주 후 15년이 흘렀는데, 한때 화분이 5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백색 무궁화도 피어나고, 떡갈야자도 크게 자라났었다. 그래서 매일 물주고 다듬으며 시간을 보냈느데, 문제는 일주일 정도가 아니고 2~3달 미국에 가 있는 경우, 대부분 말라 죽고 마는 것이다. 지금은 다시 키워내고 있지만 인도고무나무, 벵갈고무나무, 겨자씨나무, 개운죽, 호야, 유카 글로리오사 2개, 천손초 5개, 다육이 5~6개 등이 남아있다. 화분 자체도 30개로 줄었다.
왜 아파트 베란다와 캠퍼스 오피스에 화분을 키우냐고? 이는 첫째, 이들 식물들이 자라남을 지켜보기 위함이다. 조금만 씨앗에서 싹이 트고, 가지와 잎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생명의 경외를 느낀다. 어렵게 싹이 트고, 햇빛과 수분을 잘 조절해 주어야 자라난다. 둘째, 아무도 없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일에 열중하다가 잠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무언가 시간을 보내고자 화초들을 키운다. 셋째, 사무실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화초들을 키운다. 필자로서도 푸른 화초들이 집과 사무실을 꾸며주니 좋지만 방문객들도 화초를 보며 좋아할 것이다. 넷째, 분명 이 화초들이 공기 정화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어쩌면 전자파도 차단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이 화초들을 키우면서, 물도 주고, 긴 대나무로 받침목을 세우면서 이러한 유산을 물려 주신 부모님을 생각하고, 화초와 수목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생각한다. 물론 이를 배경으로 1년에 몇 번은 신문용 칼럼도 쓰고 있다. 여섯째, 이러한 화초 가꾸기가 필자를 농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학생들 농업동아리를 지도도 해주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곱째, 이 실내의 화초들의 자라남이 그리고 때로는 시들음이 필자의 감성을 울릴 때가 있고 필자를 로맨티스트 시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영남경제 2025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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