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후 폭우시 산사태 위험

산불 후 폭우시 산사태 위험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LA지역 여러 곳에 산불이 나서 많은 동네와 산야가 불타고 몇주일간 진화되지 못했는데, 어느 날 밤새 비가 내려 진화가 완료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가뭄이 지속되는데, 지난 2~3년간 더욱 심해졌기에 산야는 메마르고 언제든 산불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약간의 비가 산불 진화를 마무리할 수 있게 했지만, 산야는 좀 더 많은 강우를 바라고 있고, 식수/생활용수 확보처인 대형 저수지들도 저수율 20%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면 소방용수 부족으로 더 큰 피해를 볼수 있는 상황에 와 있다.

  그 당시 필자는 우리 집이 있는 LA북부 ‘글렌데일’에서 아들들이 사는 얼바인 인근 ‘레이크 포리스트’와 샌디에고 인근 ‘칼스배드’를 일주일 간격으로 머물며 왕복하고 있었는데, 언제든 산불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들이라서 걱정도 되지만, 그로 인해 화재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있어서 또한 걱정이었다. 콘도의 경우 관리위원회가 부여하는 관리비용이 매달 $3~400에서 $5~600 이상으로 오르고 있고,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화재 위험지역의 경우 아예 보험을 들 수 없던지, 비용이 50~100%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칼스배드에 일주일이나 있었고 필자의 한국 귀국 날짜가 가까워지기에 주요 연결도로인 5번 후리웨이의 러시아워를 피해서 늦은 저녁에 집을 나섰는데, 100마일 여정 중 50마일 정도 왔을 때부터 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앞이 잘 보였지만 35마일 정도 남겨 놓았을 때 부터는 비가 심해져서 앞이 잘 보이지도 않고 레인도 구분이 잘 않되어 앞차 불빛만 보고 운전해 갈 수밖에 없었다. 매우 교통량 많은 혼잡한 후리웨이이고, 2시간 거리에 한국과 같은 휴게소도 없는데, 평소 8~90마일로 달리던 차들이 빗속에서 7~80마일로 속도를 줄였다 하나 역시 빠르기에 조마조마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비는 밤새 계속되고 이튿날 오전내내 계속되었다. 물론 폭풍 정도는 아니지만 꽤 강한 비가 내린 것이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앞뒷뜰의 나무며 화초들이 물기를 머금고 싱싱해지고 있다. 비가 개이니 창문을 통해 산뜻한 공기가 집안으로 흘러들고 있다. 아주 큰 비는 아니라서 시내 곳곳에 큰 피해는 없는 모양이지만, 산불지역은 우수 및 하수구가 막혀 도로가 침수되고 일부지역은 산사태 위험을 예고하고 있었다. 몇 년전에도 가뭄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2~3일간 폭우가 내려 LA시 외곽 많은 곳의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산불 있었던 지역 인근에 피해가 컷었다.

  필자가 사는 동네도 글렌데일 북쪽의 산으로 불러 쌓인 분지 같은 곳인데, 요즈음도 산불이 자주 나기는 하지만 산 아래 평지마을에 위치한 우리집 근처 까지는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오래전 발행된 마을신문 기사를 보면 1956~7년경에 동네 남측을 흐르는 수로가 산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함께 범람하여 많은 집들이 파묻히고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적이 있다. 그 당시 흙에 파묻혔다가 생존한 분들이 아직도 마을에 살고 있다고 한다. 바로 전년도에 그 지역에 큰 산불이 나서 넓은 지역이 복구됨이 없이 노출되고 타다만 나무며 재들이 그대로 있었는데, 큰비가 내려 이 타다만 잔재들이 골짜기와 수로로 내려오다 막히고, 설상가상으로 물을 머금은 경사 급한 산언덕들이 무너지며 골짜기 주변의 마을들을 덮친 것이다. 물론 그 이후 수로도 더 크게 보강하고 산불 이후 정리를 좀 더 잘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뉴우스를 보니 LA 일부 지역들이 산사태와 지반침하로 마을이 차차 바다로 휩쓸려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남부 부촌지역인 ‘팔로스 버데스’를 예로 들었는데, 원래 바닷가 인접한 낮은 산과 언덕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지반이 원래 약한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비가 오면 산사태가 잦고 얼마 전부터는 지반이 지속적으로 침하되어 집과 거리들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동네 자체가 위험지역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도 있지만 각 도로와 건물들도 이에 대비한 공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구조기술사 및 토질기술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도 이러한 경우가 많다. 오래전 서울시 우면동에서도 폭우시 산사태로 많은 피해를 보았던 것이 기억나는데, 불과 몇 년전 힌남노 태풍 당시 강남지역의 침수 및 그로 인한 피해도 시가지 입지 선정상의 문제와 배수시설의 미비가 폭우 및 서해안 만조시기와 겹쳐 큰 피해를 주게 된 것이었다. 물론 포항의 냉천 범람도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문제라고 보는데, 강둑이 범람하여 인근 아파트 주차장이 순식간에 잠겨 인명피해를 보게 되고, 포스코 시설물들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기후가 변덕스러워지고 예측불가하게 되어, 가뭄이 오래 지속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따뜻하던 기후대에서 갑자기 영하의 날씨에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지구온난화 탓인지 지하의 마그마도 좀 더 자주 움직여 지진과 해일도 자주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재난들을 예측하고 피해를 최대한 줄여가며 우리 도시와 산업시설들의 안전을 꾀해야 하므로 과거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주먹구구가 아닌 다양한 예측모델과 최신장비들을 활용해야 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 방안들을 광역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질안전, 배수/저장, 구조안전, 피난, 구호 등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LA산불에서 보듯이 예산부족과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예산확보 변화 등도 큰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대경일보 2025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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