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적 도시체계와 평행적 도시체계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나라 전국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그 중심에 가장 인구가 많고 정치경제적으로 강대한 서울이 있고, 그 산하에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역 대도시들이 있고, 그 산하에 중소규모의 도시들이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사는 경북지역을 예로 들면, 대구가 중심에 있고 그 산하도시로서 포항, 구미, 안동 등이 있고, 이들 중간도시 산하에 여러 소도시들이 위계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중심지이론 (Central Plac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체계를 설명하는 지리학 이론이며, 독일 지리학자 발터 크리스탈러 (Walter Christaller)에 의해 고안되었다.
도시지리학자들은 다수의 도시들을 인구 규모나 위치적 특성, 혹은 보유한 제조업, 상업, 서비스업 등의 기능을 통해 도시를 분류하고 그 위계와 위상을 설정하여 도시 간의 질서를 규명하려 했다. 1933년에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이 출간되었고, 1950년대 미국 지리학자들은 계량적 기법을 통해 지리학을 공간분석학으로 정립시키며 중심지이론을 발전시켰다. 중심지이론은 소매업에 관한 이론에서 출발했는데, 그 이유는 소매업은 배후지가 매우 작은 업종부터 전국적인 업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전국에 걸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심지이론이 중심지-배후지 관계를 이론화하며 도시체계를 규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중심지이론은 몇 개의 가정에서 출발한다. 중심지이론에서 상정되는 공간은 비옥도가 같고 기복이 없는 평면이며, 인구분포가 일정하고, 소비 성향이 일률적이다. 또한 운송수단이 동일하며 어느 방향이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공간상에서 작동하는 제약 요소로 오직 ‘거리’만을 변수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중심지이론은 대도시 지역보다는 농촌지역의 중심지에서 잘 입증되는데, 대도시 같은 경우에는 중심지이론이 가정하는 기능을 넘어서는 업종이 많아지게 되고, 중심지 기능들 간의 공간경쟁에 의해 중심지 이격효과가 완전히 발휘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교외화와 같은 현상 또한 중심지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수위도시를 중심으로 한 단핵도시체계를 구축한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지역불균등발전의 심화, 중심도시의 과밀과 지방도시의 침체, 이로 인한 지역 갈등 등 다양한 사회공간적 문제들을 발생시켜 왔다. 1990년대 이후 탈산업화가 진행되고 교통 및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도시들 간의 관계도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도시들은 이른바 ‘글로벌시티 (Global City)’로 발전하게 되고,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져서, 다른 도시들은 이들과 네트워크 하지 않으면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때 또한 발전된 이론이 ‘네트워크 도시 (Network City)’와 ‘다중심 도시지역 (Polycentric Urban Region)’ 개념이다. 이 개념은 거대 단핵도시지역이 아니더라도 여러 중소도시들이 독립적 특성을 가지면서 교통통신 인프라의 확충에 바탕을 둔 상호보완적 연계성을 통해 집적경제를 추구하는 도시군을 말한다.
‘네트워크 도시’는 ‘2개 이상의 독립적 도시들이 기능적으로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하고 교통 및 통신시설에 의해 집적경제를 달성한 경우’를 말한다. 즉 네트워크 도시는 일정한 범위 특징적인 경제산업을 지닌 도시들이 연계를 통해 기능적으로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개별 도시들뿐만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 도시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도시는 상대적 자립성을 가지는 중소도시들 간 기능적 연계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중심지이론을 전제로 한 단핵도시 중심의 메가시티나 여러 도시들이 물리적으로 연계된 연담도시와는 구분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도시의 대표적 사례는 네덜란드의 ‘란트스타트’ 지역이며, 그 외 독일의 ‘라인-루우르’ 지역, 일본의 ‘간사이’ 지역 등도 주요 네트워크 도시의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여러 개의 중소도시들이 큰 경제산업 발전을 이루어 뉴욕, 런던 등과 같은 같은 글로벌시티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항의 경우에도 경북 동해안권의 중심도시로서 좀 이격된 대경지역의 대도시인 대구와는 별개로 인근의 중소도시들과 함께 네트워크 도시를 기획하고 있었다. 우선 포항과 경주는 각기 국내 어느 도시들보다도 차별화된 특징을 지닌 도시들로서, 두 도시가 인접하고 보완적인 성격을 지녔으므로 네트워크 도시로 동반 발전해야할 이유가 크다. 주변에서 다른 도시들을 찾았으나 소도시들인 영덕, 울진, 청송 등이었다. 구미는 포항과는 먼 곳에 위치하므로 그 지역 자체적인 네트워크 도시를 꿈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포항과 경주는 어차피 포항권의 네트워크 도시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이 두 도시의 도심, 부도심 등 간의 평행적인 네트워크 형성이다. 포항 원도심, 장량 부도심, 이동 부도심, 경주 원도심, 동천부도심, 안강, 흥해, 오천 등이 나름의 네트워크 도시 내지 다중심 도시지역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각자 원도심을 중심으로 위계적인 부도심 및 교외 도심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두 도시의 원도심, 부도심 등이 평행적인 네트워크를 지닌 나름의 다중심 도시지역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시너지를 찾아보자는 것인데, 포항과 경주의 두 도시의 네트워크 도시를 추진하면서 함께 고려해 볼 사항이라고 본다. 물론 대구, 울산 등과 네트워크가 중요함을 알지만 이들과 지나친 위계적인 네트워크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영남경제 2024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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