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속기연구소를 둘러보며

포항가속기연구소를 둘러보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지난 25년여 포항가속기연구소에 대해 자주 언급을 한 사람 중 하나인 필자이지만, 의외로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물론 이 연구소가 자리 잡은 포스텍 캠퍼스 내에는 여러 용무로 자주 드나들었다고 할 수 있고 또 하나의 대형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소에는 그래도 가끔 들를 기회가 있었으나 가속기연구소는 인터넷이나 책자로만 접근하고 있었다. 필자의 전공분야가 이와 좀 연관이 적은 이유와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 중 친한 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필자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역개발이나 산업정책에 관심이 있고 지역사랑이 대단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가 필자라고 한다면, 가까이 자리 잡은 이 연구소에 한번이라고 직접 찾아보는 성의가 있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기회가 생겼다. 지난 1년여 가깝게 지내며 필자의 오피스에 자주 들르는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은퇴한 이박사의 강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동문인 이박사는 물리학박사로서 이 연구소에서 20년을 일했고 지금은 필자가 재직한 대학에서 지난 학기부터 수학과목을 강의하는데, 이를 계기로 요즈음 과거에 하다만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한 열정이 샘솟고 있다. 따라서 좀 다른 전공분야인 필자와 자주 이야기도 나누고 줌을 통해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개발에 대한 세미나도 함께 참석하면서 자신의 전공분야인 이미지 프로세싱(Image Processing)뿐만 아니라 필자의 관심분야인 지속가능개발(Sustainability),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필자도 은퇴한지 몇 년 되지만 지금도 명예교수로서 소규모의 지역개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학부과목 한둘 강의하며 대학원생들도 몇 지도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분야의 발전방향이나 성과들에 대해서, 지역개발 내지 경제산업을 구성하는 분야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박사가 그곳에서 일하는 후배이자 대학동문인 황박사와 연락을 하여 지난주 오전10시경에 포항가속기연구소로 갔다. 근처에는 자주 다녔지만 이 연구소 정문을 통과 한 것은 처음이다. 건물 앞에서 홍보담당 미스황을 만나고 건물안으로 들어가 우선 함께 홍보영상을 보았다. 빛에 대한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빈센트 반 고호’의 자화상과 그림들이 나오고 우리 인류에게 빛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며, 레이저의 발명으로부터 출발하여 방사광에 대한 설명을 거쳐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소개하고 있었다.

  방사광(Synchrotron Radiation)이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운동하는 고에너지의 상대론적 하전입자(입자의 질량이 작은 전자 또는 양전자)가 자기장 속에서 로렌쯔(Lorenz)힘을 받아서 운동궤도가 휘어질 때 방출되는 강력한 전자기파이다. 방사광은 태양 빛의 수억배 이상, 기존X-선튜브에서 발생되는X-선보다 수백만배 이상 강도가 높은 빛이다. 방사광은 적외선으로부터 경X-선영역에 이르는 넓은 파장 대역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전자빔 에너지가 높을수록 레이저와 같이 퍼짐이 작아져서 단위면적당 빛의 휘도가 커지는 매우 유용한 과학실험용 광원이다.

  가속기는 크게 입자가속기와 방사광가속기로 나눌 수 있는데, 입자가속기는 가속시킨 입자를 다른 입자 또는 물질에 충돌시키고 그 충돌에서 발생하는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기초분야로부터 물질과 입자의 상호작용을 응용한 소재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방사광가속기는 가속된 전자가 자기장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방사광을 이용한다. 방사광은 밝기와 세기가 강하며 실험에 적합한 파장의 빛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서 기초과학분야뿐 아니라 의학, 산업체를 포함한 여러 응용 분야에 폭 넓게 사용된다. 따라서초고성능 X-선 이미징, 단백질분자 결정구조해석, 재료과학,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 환경공학 등 기초 및 응용과학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1994년 12월에 탄생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한국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중요한 첨단 연구시설이다. 게다가 2016년 9월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준공되어서, 포항가속기연구소는 그 이후 3세대 방사광가속기 빔라인 35기 운영, 그리고 4세대 방사광가속기 빔라인 3기를 운영 중이다. 우선 3세대 우리는 방사광가속기를 둘러보았는데, 이는 방사광의 밝기를 대폭 향상시켜 활용분야를 넓히고 방사광의 성질을 변경/가공이 가능한 시설로 거대한 원형의 건물 안에 각종장치와 다양한 연구단이 자리잡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보다 1억배 밝은 방사광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1.1km의 선형건물 안에 장치되어 있다. 이를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서만 보고 있다가 직접 보게 되고 현장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게 되니 포항가속기연구소의 기능과 장차 발전 가능성에 대한 감이 조금이나마 잡혀지게 되었다.

  포항에서 가동되는 3세대/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더하여 국내에는 경주에 양성자가속기가 9년째 가동되고 있고, 대전에는 2년전 구축된 중이온가속기가 있으며, 충북 오창에 또 하나의 방사광가속기가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이들 가속기들은 차이는 존재하지만 각자에 맞는 연구분야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보완적으로 모두 잘 활용될 것으로 보아지며, 필자가 재직한 대학에서도 3세대 방사광가속기 빔라인 한 자리를 맡아 관련 연구 및 용역을 수행함도 좋을 것으로 본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포항을 위해서도 지역 및 국가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며 자랑스러운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대경일보 2023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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