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압축성장에 대한 해석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이 작은 영토와 인구를 지닌 나라이고, 주변에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나라인데도 지난 50여년간 압축성장을 이루어 아마 우리 5,000년 역사에서 가장 부강한 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려운 국내외 정세 하에 한국이 이러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을 ‘기적’이라고 하고, 그 비결을 배우려는 나라들이 많다. 국제개발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지도하는 필자의 경우도 그러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국의 압축성장의 비결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누구도 쉽게 그 이유를 분명하게는 설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수출지향’이냐 아니면 ‘수입배격 및 국내산업육성’이냐?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교육숭상과 학부모들의 희생적인 교육열, 강력한 정치적 리더쉽, 새마을운동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으며 다들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정부가 너무 독재적이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했다. ‘경제산업과 민주주의 동반발전을 추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느냐?’ ‘발전보다 분배가 혹은 남북통일이 더 중요한게 아니었느냐?’ ‘대기업 즉 재벌들에 특혜를 주어 발전시키는 것 보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발전을 했어야 한다.’ 등의 주장이 없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 27년을 지방도시인 포항에 살고 있는데, 처음 이사 왔을 때, 동네 이발소나 구두수선소에 들르게 되면, 좀 다른 억양을 지녀서 그랬는지 혹은 외국물 먹은 듯한 사람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친절히 대해주면서도 약간 시큰둥하게 ‘포항이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지금은 오염이 심하다.’ ‘포스코가 없었으면 포항이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포스코 때문에 외지인들이 많아지고 포항사회가 술먹고 흥청거리는 등 건전하지 못한 곳이 되었다’ 등의 말을 자주 했었다. 필자는 대충 들으며 그분들의 의견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같은 말을 하는 것을 꽤 오래 들은 것 같다. 물론 지역경제발전은 장점과 단점을 가져오게 마련이니 100%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우리 한국이 1960~70년대에 산업화 위주의 강력한 개발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더욱 아름답고 잘 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이도 느껴졌었다.
그 당시에 우리가 그러한 노력을 했기에 지금의 우리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보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러저러 했으면 더 발전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이 이론적으로 그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택해서 역시 성공했을 것이다라고 누구도 단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으므로 그리 쉽게 ‘만약에’ 라는 말을 사용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 당시 상황 하에서 발전을 위해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개를 동시에 하는 등 마는 등 하는 것보다 강력히 한두 가지에 집중함이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한참 사법시험이 어렵고 고시낭인들을 수없이 배출하고 있었기에 말들이 많았다. 시험에 합격하면 장래가 보장되지만 실패하다 보면 사회에 적응 못하는 폐인이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래서 폐지냐 아니냐, ‘몇년하다 않되면 다른 길을 택하라’, ‘적당히 운동도 하며 영화감상도 하며 시험준비를 하라’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는데, 그 시험을 통과한 한 친구 말이 생각난다. 시험이 어렵고 범위가 방대해서 쉬고 머리 식히며 하다가는, 혹은 적당히 쉬며 공부할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다가는 수십년이 지나도 붙지 못할 것이다. 꼭 좋은 예가 아니라고 보지만 우리나라 발전의 예와 잘 들어 맞기도 한다고 본다.
변화무쌍한 글로벌 환경하에 질곡을 헤매던 한국은 일제병합, 사상대립 및 전쟁, 파괴된 국토, 빈곤, 정치적인 불안 등 세계 어느 나라 보다 힘든 환경을 물려받고 있었는데, 이를 이겨내며 하루 이틀도 아닌 20~30년, 그리고 그 이상의 노력을 집중하여 경제산업 발전을 이루어 낸 것인데, 정말 가능성 낮은 가운데 이루어 낸 기적이었다고 본다. 경제산업에 집중하다 보니 농업, 사회보장, 주거환경 등 비교적 발전이 늦은 분야도 있어 다양한 불평이 있어 왔다. ‘우선 발전할 수 있는 것부터 발전하자 그리고 차차 그 영향을 다른 분야로도 파급시키자’는 정책방향을 택한 것이 성공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회주의 낙원을 부르짖었으나 빈곤한 세습독재국가로 전락한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당시 한국과 비슷하던 나라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의 국가들, 발전보다 무상분배에 더 신경을 썼거나 이도 저도 아닌 겉멋만 든 정책 내지 포플리즘을 선호하던 나라들이 한국과 같은 발전을 이룩했던 것인가? 그렇지 못했다. 그러한 나라들의 실패 원인으로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적정하지 못한 정책과 아울러 정부와 지도층의 부패를 가장 크게 꼽고 있다. 한국보다 더욱 큰 국제원조를 받은 경우가 흔했지만 그 돈들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일부 특권층에게 흘러간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 가장 가난한 국가들에 가보면 국민들은 가난을 헤매고 슬럼에 사는데, 부자들은 비싼 집과 차에 결혼식을 해도 파티를 몇일 씩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한국의 발전을 부러워하며 배우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강력한 리더쉽이기도 하다. 그리고 새마을운동과 같은 스스로 노력하고 협력하는 정신운동 내지 커뮤니티 운동이다. 이들은 토지개혁에도 실패했고, 한국과 같은 리더쉽도 부족했고, 물론 정책들도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기에 그렇다고들 생각하며 그 당시 한국을 본받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영남경제 2022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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