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DNA

한국인의 DNA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역사이래 요즈음 같이 우리 한국 내지 한민족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알려졌던 적은 없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교통·운송 및 미디어의 발달로 각 도시와 지역들이 좀 더 빠르게 연결되기에 우리의 색다름이 좀 더 잘 알려지고 우리의 상품이 좀 더 잘 팔리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이러한 혜택을 누릴 만큼 경쟁우위적 혹은 독특한 경제·산업·문화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70~80년대 개발도상국들 중 아시아의 작은 용 4마리 중 하나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 한국(엄밀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세계최대 경제대국 내지 군사강대국들과 그래도 어깨를 겨눌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1,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1950~53년 한국전쟁이 있었고, 1965~73년 베트남전쟁이 있었고, 무수한 중동의 분쟁이 있었고, 2022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1970년대 이후에도 유가상승으로 인한 세계적 불황이 여러 차례 있었고, 우리 한국은 1990년대 말에 IMF체제를 겪으며 국가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의 경제산업문화경쟁력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조선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기생충’을 필두로 한국의 영화산업, BTS 등 그룹싱어들이 빌보드차트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우리 한국 무기체계의 우수성이 드러나 요즈음 많은 나라들의 질시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필자는 오늘 우리 한국인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잠시나마 논의를 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니 ‘한국의 압축성장의 비결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많은 나라들이 하고 있고 또한 연관을 맺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러한 경제발전이론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원은 어디이고 우리와 혈연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연결된 민족들은 어디에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다. 물론 이러한 자료들도 다른 나라들과의 네트워킹 증진을 위해 무언가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제정치경제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다고 하지만, 어느 한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국지적 경제권 형성, 국가안보관련 협력, 문화사회적 협력, 영토확장 등이 이러한 사소한 것들로부터 출발할 수 있고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미디어를 통해서 자주 보는 것이 ‘중국남방지역 라후족 내지 묘족, 혹은 미얀마 북부사람들이 고구려 내지 백제의 유민들이 아니냐?’ ‘일본천황도 자인하고 있지만 이들을 포함한 일본 인구의 1/2 정도는 한국계가 아니냐?’ ‘오끼나와 원주민들이 독립을 원하는데, 이들은 일본보다 한국인에 가깝고 우리가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 ‘만주족, 몽골, 카자흐스탄은 물론이고 헝가리 사람들과 우리 한국인이 같은 계통의 인종들이니 서로 거대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스페인 북부의 자존심 높은 바스크족이 우리 고조선의 후예들이 아니냐?’ 등 다양한 담론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인류학, 고고학, 그리고 생의학자들의 연구분야이기도 하지만, 또한 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한 모든 분야 사람들과 일반 시민들의 관심분야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고고학적인 유적/유물들이 중요했고, 언어/풍습들이 중요했고, 우리의 생김 등 물리적인 체질상의 특징이 중요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증거들이 드물뿐더러 가설과 일치하기도 힘들다. 요즈음은 DNA 구조분석을 통해 선조들을 추적하기도 하지만 이도 매우 복잡할뿐더러 우리가 생각하는 언어/풍습들과 잘 일치하지도 않는다. 말이 비슷해도 같은 체질들을 지니고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체질이 달라도 언어/풍습에 비슷한 점이 발견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이유야 다양할 수 있다. 수많은 세대를 지나오며 유럽쪽으로 간 이들은 유럽인들과 섞여 체질이 달라지고, 동북아시아에 머문 이들도 주변 인종들과 섞여 모습이 주변인들과 비슷해진 것이다. 하지만 언어/풍습은 변화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흔적들을 아직도 지니고 있어 때로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타임머신’이 있을 수 없고, 역사적인 흔적들이 얼마 안되는, 때로는 정확하지 못한 역사서에 의존한 편이라서 모든 게 가설 속에서 진행될 수 밖에 없으므로, 어떠한 역사 내지 인류학적인 주장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문학, 즉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그 증거를 찾아가야 할 것이니까. 우리 한국인의 기원이 어디서인가? 고구려-백제로 이어지는 그룹과 진한/변한-신라로 이어지는 그룹은 고조선계와 어떻게 연결되고 흉노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우리 한국인 유전자의 30% 이상이 남방계일 수 있다고 하는데, 남중국을 통해서 온 것인가, 인도 남부, 아니면 말레이에서 온 것인가? 이렇게 이어져 나오는 궁금증은 끝이 없는 것이다. 한편 생각하면, 우리 한국인은 과거 어떻게 융합이 되었음과는 별개로, 한반도와 북방지역을 무대로 수천년 함께 살아오면서 나름대로의 체질과 문화를 이루어 내었는데, 그것이 한국의 문화이고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계통일지라도 일본인과 다르고, 물론 중국인들과 더욱 다른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가 약소국이었던 우리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해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제 21세기 들어 우리 한국이 과거와 다른 융성함을 보이는 것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개개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영남경제 2022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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