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남에서 죽천으로 난 해변둘레길과 산등성이길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해변도시에 사는 탓으로 차로 4~5분 거리에 바다가 있고 20분 이내에 다양한 해변에 닿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몇몇 동료들과 해변을 걷는다. 요즈음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몇 차례 둘러 보았는데, 도심 붐비는 해변과도 멀리 떨어진 교외 해변과도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도심에 가까운, 그러나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던, 길이 제대로 나지 않아 가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해변으로 둘레길이 뚫리면서 새로운 경관이 나타나니 색다르기도 하지만 먼 곳이 아니니 잠시 잠시 들릴 수 있고 아는 이들을 금방 불러낼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
이곳은 여남동에서 죽천리로 연결되는 해변으로, 바로 꽤 높은 구릉이 펼쳐져 있어서 지금도 차 다니는 길이 아닌 해변 둘레길만 조성된 것인데, 파도에 소나무 우거진 구릉 일부가 무너지며 절벽을 이루고 있어, 비가 온다든지 하면 낙석의 위험이 있고 파도가 둘레길을 하루에 두어차례는 침범하는 것 같다. 여남동 쪽에서는 해상에 철제구조물인 대규모 테마시설을 조성하고 있고 둘레길 따라 바다면해서 콘크리트 벽을 쌓아 파도를 막고자하고 있다. 물론 그 벽 앞쪽에 줄지어 쌓아 놓은 테트라포트가 1차적으로 파도를 막을 것이다. 이러한 테트라포트가 우리나라 해변에 매우 많이 쌓아져서 파도와 해안침식을 막고 있는데, 이 구조체를 만들 모래가 그리 많지 않아서 가격이 비싸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의 동해안은 침식이 심해서 해안선 보전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데, 다양한 해양구조물이 별다른 시뮬레이션 없이 설치되어 해류의 방향이 바뀌기에 예상치 못한 해안침식이 심하다고 들었다.
이날은 죽천리쪽 아닌 여남동쪽에서 출발했다. 날씨는 제법 쌀쌀한데, 이날 따라 파도가 잔잔하고 갈매기들도 보이지 않는다. 인파도 그리 많지 않아서 사회적거리 유지가 용이했다. 하지만 지난주말 만해도 걷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곳저곳에 낚시대를 드리우거나 죽천리해변에 자동차를 해변까지 끌고 들어와 캠핑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파도에 씻기고 비바람에 무너진 절벽은 흥미를 끌만큼 아름다운 진노랑 황토색의 떡돌들인데, 그 위로 안간힘을 쓰며 살아남은 기울어진 소나무들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다. 해변을 따라 큰 암석들을 가지런히 쌓고 자갈을 깔아 둘레길을 길을 조성하여 걷기 좋게 해놓았는데, 언제쯤인지 파도가 길 안쪽까지 침범한 흔적이 보인다.
죽천리쪽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해변산등성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잠시 비탈길을 오르니 백색의 무인등대인 ‘여남갑등대’가 서 있다. 산길을 따라가자니 왼편으로는 급한 천길 낭떠러지이고 오른편은 소나무 숲이다. 대나무도 많이 우거져 있다. 이곳도 재선충의 영향 때문인지 여기저기 죽은 나무들이 있고 베어 도막내어 녹색비닐로 묶어 놓은 뭉텅이들이 여럿 보인다. 겨울지나고 아직 봄이 이른 탓인지 좀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산길을 걸으며, 숲길을 잘 정리하고 주변 나무들을 잘 보전한다면 아주 좋은 도심 주변의 생태숲이 될 것 같다. 이 지역이 도시개발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중간쯤을 가로지르는 관통도로가 뚫릴 것이라는데, 해변 산등성이는 좀 넓게 제대로 보전해야할 이유가 크다고 본다. 어쩌면 환호해맞이공원 보다도 규모는 좀 작더라도 바다와 더욱 인접해서 좀 더 아름답고 아기자기함을 보여주는 생태공원이 될 것 같다. 물론 이곳 어딘가에 들어설 고층아파트 내지 상업시설이 있다면 해변 산등성이 쪽은 보전지역으로 남겨놓고 나머지 지역을 개발하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환여동에 가까이 가도록 산길은 지속된다. 그리고 2/3지점쯤에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는 나무로된 높은 여러 단계 계단길이 있다. 그 계단을 지나쳐 계속 산길을 오르면 소나무 우거진 여남뒷산이 나오고 아래로 해변상가 건물들이 내려다 보인다. 좀 위쪽 비탈면에는 오래된 집들이 보이고, 간간이 새로 지은 멋진 집들도 보이고, 사찰인듯한 건물들도 보인다. 이곳은 바다전망이 매우 좋은 장소인데,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 길이 뚫리고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모습이 매우 바뀔 것이다. 게다가 언젠가 영일만대교가 건설되면 동해고속도로가 이곳을 지나 한동대 부근으로 연결될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려 했으나 길을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계단길로 되돌아왔다. 계단절벽 아래로는 해변이고 파도가 치고 있다. 멀리 포항신항인 포스코항으로 향하는 대형 선박들이 보이고 더욱더 멀리에 호미반도가 수평선 안개에 갇혀있다.
주말이면 같이 만나 해변을 걷는 동료들이 있는데, 이들도 이곳이 매우 좋은 모양이다. 아직 다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이 도심 인근 해변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우리는 도심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을 자주 찾고, 좀 더 멀리 영일만항 북측의 서핑지역에서부터 칠포해변에 이르는 지역을 찾아 걷는다. 이 교외해변들도 아직 잘 정리되지 않았고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데, 누구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며,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를 포함하여 주기적으로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다못해 해변 가까운 동네인 양덕동에도 빈터 내지 텃밭 울타리에도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는데, 이를 누가 치워야하는지 모르겠다. 동행하는 외국인 동료들도 이를 보고 별말은 않지만 발전된 한국사회의 좀 부끄러운 모습이며, 이러한 것들만 아니라면 포항은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아주 각광을 받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대경일보 2021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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