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년전만해도 담쟁이로 덮여 있는 학교건물이며 예배당이 흔했다. 이러한 것들이 벽면녹화의 일종이라고 보면 될 것인데, 새로운 콘크리트 건물로 대체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다. 옥상녹화는 요즈음 백화점이나 공공건물 옥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큰 화분 몇 개를 배치해 놓은 경우도 있지만, 정원을 조성하고 벤치도 놓아 고객들이나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상당히 제한적인 장소에서만 볼 수 있다.
작년 몇 달 동안 ‘옥상 및 벽면녹화’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의 갖가지 사례들을 찾아보고 몇 군데 직접 방문도 해보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다르게 아주 본격적인 투자에 의한 ‘에코빌딩’의 조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후쿠오카의 ‘아크로스빌딩’이다. 이 건물은 후쿠오카의 저명건물이 되어 있는데, 전면에서 보면 오피스건물이나, 뒤에서 보면 영락없이 숲이 무성한 산이다. 계단을 따라 등산을 해보자니 갖가지 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새들이 울고 있다.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독일 베를린의 한 대학을 방문했는데, 한 건물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었다. 건물 외부에 철근구조를 만들고 와이어로 망을 친 다음 곳곳에 덩굴나무를 심었는데, 밖에서도 안에서도 자연 속에 있는 듯 한 근사한 기분이 든다. 한 금발 여성이 무언가를 따먹으며 걷고 있어서 물어보니 그 덩굴더미에서 딴 포도송이란다. 물론 나도 따서 맛을 보았다.
아직 완공되지는 못하였지만 싱가포르의 ‘에딧타워’도 유명한 생태건물이다. 26층 높이로 건설되는 이 건물은 건물의 안과 밖, 위, 아래 모든 공간에 녹지공간을 혼합하여 ‘열대 지방의 환경친화적인 디자인 타워’로 불리우고 있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숲으로 이루어져 쾌적한 자연환경과 공기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패널을 이용한 친환경 발전이 가능하며, 빗물을 활용하여 건물 내 물 공급은 물론이고 건물 안팎의 식물 재배에 활용하는 자연+첨단의 건물로 싱가포르의 상징적인 건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다. 주차건물을 세우는데도 지붕은 구릉으로 만들어 잔디를 입히기도 하고, 건물벽체 자체에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방안들을 통하여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과 도심열섬현상에 시달리는 우리의 도시를 좀 더 아름답고, 온화하고, 숨 쉴 수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도심에 공원을 확보하기란 토지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는데, 이 부족한 도심숲을 이러한 옥상과 벽면녹화가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건물들이 일반 건물들에 비해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비용도 많이 들기에 많은 건물주들이 이를 꺼릴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막상 건설된다면 그 도시와 시민들을 위한 사회적·문화적 가치가 그 비용을 훨씬 초과 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우선은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시범적으로 이러한 건물을 건설했으면 좋을 것 같다. 정부의 다양한 혜택도 주어져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건물들이 서울에도, 대구에도, 우리 포항에도 많이 건설되었으면 좋겠다. 미래에는 갖가지 농사들을 도심에서 짓게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연은 그대로 보전해 주면서 갖가지 곡식이며 과일들이 도심의 건물에서 생산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러한 건물들이 동빈내항재개발지역에도 영일만항 배후업무지역에도 많이 들어서서 포항을 ‘환경도시’로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구 자 문
201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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