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좀 흐렸지만 토요일 이른 오후 10년 지기인 정사장 포함 일행 셋이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송이버섯철이 오면 고기굽고 송이굽는 나들이가 유행이다. 보통 7-8명이 그룹을 만들어 가는게 유행이지만, 우리는 일정이 급작스럽게 결정된지라, 남자들 셋만이 길을 떠난 것이다. 금새 영덕을 거쳐 영해에 도착했다. 우선은 영덕・봉화산 송이버섯을 3-4킬로그램 사고, 고기도 몇 근 샀다. 영해는 영덕보다도 더욱 시골이지만 일이십년전과는 달리 사람들의 옷차림은 더 이상 시골사람 스타일이 아니다. 이곳은 과거 독립만세가 꽤 크게 벌어졌던 곳이라서 매년 큰 기념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는 아마 만명이나 될까 말까한 소도시이고 주민들은 농어업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인근 산골짜기 차 한대 겨우 갈수 있는 좁은 콘크리트 길로 차를 몰아 한 약수터를 찾았다. 이것이 유명한 ‘초수골약수터’라고 한다. 이 약수가 알려진 것은 과거 S그룹 창업자인 이모회장이 공수해서 마시기 시작해서라고 하는데, 요즈음은 이 골짜기까지 포항, 대구는 물론 울산, 부산, 대전에서까지 물을 길러 온다고 한다. 약수가 나오는 샘은 2미터 간격을 두고 두 개가 있었는데 물맛이 전혀 다르다. 아래쪽 것을 반바가지 마셔 보았는데, 쇳녹에 탄산수를 섞은 것 같은 아주 강한 맛이 난다, 이 물은 피부병에 좋다고 한다. 윗쪽물도 반바가지 마셔보았는데 쇳물맛 보다는 떫은 탄산수를 마시는 것 같은 맛만 나는데 위장병에 아주 좋다고 한다. 양쪽 모두 광물질이 아주 많이 함유된 약수로서 둘의 성분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탄산가스 맛이 난다는 것은 내 느낌일 뿐이고 막상 탄산가스는 별로 섞이지 않았다고 한다.
물을 20리터짜리 두통을 채우고 다시 길을 되돌아서 큰길로 나와 좀 더 가다가 영해수수련원 가는 길이라고 쓰여진 곳에서 좌회전하니 멀리 ‘묘곡저수지’가 보였다. 그 옆으로 새로 난 길을 따라 드라이브 하자니 온통 자갈밭인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이 나타났다. 그 옆으로 난 좁은 비포장길을 따라 가자니 산은 점점 깊어지고 인적도 없어졌다. 좀 더 가다가 맑은 개천가에 자리를 잡았다. 우선 불을 피우고 향긋한 송이와 함께 구은 고기를 들면서, 중년남자들에게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한 주제인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파괴되는 자연’에 대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의 경치에 빠져 있었다.
이곳은 여름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는데, 지금은 철이 지나 가끔 지나는 차들량뿐 전화기도 터지지 않고, 온통 절벽 같은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로만 보인다. 온갖 나무와 넝쿨들이 무성하고 바로 위 산 중턱엔 안개 같은 구름이 신비롭게 서려있었다. 저 산넘어가 ‘봉화군’이고 저 산들이 천연송이의 주산지라고 한다. 같이 간 일행 두 사람은 각자 토건업, 제조업을 하는 어릴 적부터의 친구들인데, 나와도 몇 달에 한번은 식사를 같이 할 만큼 가깝다면 가까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 나와 고기를 구우면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드믄 일이다. 이들은 주말이면 등산도하고 낚시도 하는데, 얼마 전에는 ‘마산’까지 밤낚시를 가서 갈치를 14마리 잡았다고 자랑들이다. 갈치는 금방 죽기에 싱싱한 갈치회를 먹으려면 직접 바다로 나가야 한다고, 다다음주에는 꼭 같이 가자고 조르기도 한다.
오늘 여행이 꼭 먹는데 만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짐을 챙겨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언제보아도 맑고 푸르른 동해바다이다. 바람 탓에 파도가 좀 높게 밀려온다. 한 15분 드라이브 를 하자나 영덕해상공원이 나온다. 몇 년전에 잠시 들른 기억이 나는데, 바닷가를 향해 나무계단이 있고 벤치들이 갖추어 있다. 좀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곳저곳에 군락으로 심어놓은 야생화들이다. 좀 더 위쪽으로는 요즈음 조성된 넓고 큰 스케일의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높이가 80미터이고 회전날개의 직경이 80미터인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24기나 서있다. 풍차를 보고 거인이라며 창을 들고 돌격하던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이들을 본다면 얼마나 놀래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 발전기들의 설치비용은 모두 800억원이고 생산되는 전기는 2만 가구쯤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풍력단지 전망대에서 쭉쭉 뻗은 발전기들과 동해안의 일출을 보러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들인 비용에 비하여 이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양이 경제성이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청정에너지원으로서 더욱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둠이 깔리기전 포항으로 길을 재촉했다. 쭉 뻗은 7번 국도를 택하지 않고 바닷가로 꾸불꾸불 이어진 해변도로를 드라이브 하자니 아름다운 바닷가의 정취가 우리를 사로잡는다. 도로가 산과 들 파헤치며 마구 뚫리고, 생태계가 자꾸 파괴되어 가며, 관광지마다 쓰레기가 쌓여 몸살을 앓는다는게 요즈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동해안은 아직도 청정의 자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개발을 안 할수록 이익’이란 개념을 동해안에 적용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날 정도이다. 하지만 자연보호론자임을 자처하는 나 자신도 도로가 잘 뚫리고 아스팔트된 길이 있기에 반나절만에 이리 먼 길을 다녀오며 이모저모 살펴보며 뿌듯해 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적임은 나나 우리 인간 모두의 특징적인 속성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끝)
2007.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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