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Trees? Oh-No!!!
이곳 남부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와 사막성 기후의 혼합이지만, 로스앤젤리스와 근교의 도시들은 푸르름 일색이다. 시가지에도 눈에 띄이는 것이 10미터도 넘게 자란 높다란 야자수(Palm Trees)들이고, 주택가에는 집집마다 푸르른 잔디에 오렌지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향나무, 동백나무, 사이프러스 등의 크고 작은 정원수와 때로는 오크추리(Oak Tree, 참나무 일종) 같은 거목들까지 존재하여 온 동네가 푸르른 숲에 둘러 쌓인 기분을 준다. 이 오크추리는 가지가 집더미보다도 더 크게 넓게 퍼지며 수십미터 높이로 자라나는 나무인데, 캘리포니아의 보호수종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함부로 치거나 잘라내지 못한다.
보통 가정에서는 정원관리인을 두어 일이주에 한번씩 잔디도 깎고, 낙엽도 치우고, 정원수도 손질을 한다. 그리고 2-3년에 한번은 전문적인 나무가지치는 사람들을 고용하여 큰 나무들의 가지를 치거나 아예 잘라내기도 하는 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는 직장관계로 집을 떠나 있기에, 휴가를 얻어 집에 오게되면,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원손질과 나무치기와 가지치기이다. 이번에 벌인 일은 옆집과의 경계선 가까이 우리집 건물과 바짝 붙어 자라난 세그루의 나무를 베어 내는 것이었다. 이 나무들은 정원수라기 보다는 몇 년간 집을 세주면서 돌보지 않는 사이에 저절로 씨뿌려져 부쩍 자라버린 나무들로서, 두 그루는 뽕나무이고 나머지 한 그루는 옻나무의 일종이다. 두 건물 사이에 그늘이 지기도 했지만 옆집의 스프링쿨러가 하루 몇 번씩 물을 뿌리는 곳이라, 이 나무들은 내가 방심하는 몇 년 사이에 지붕을 넘어 7-8미터 높이의 거목으로 자라났었다.
두 그루 뽕나무는 길이 2-3미터에 이르는 잔가지들이 아주 많아서 이를 우선 쳐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철사줄로 된 담장과 건물사이의 좁은 공간이라서, 주변의 가시덤풀이 내 여린 팔, 다리, 종아리를 마구 긁어 놓아서 꽤 힘이 들었다. 또한 키가 큰 나무라서 잘라내면 큰 기둥 무너지듯 요란스럽게 넘어가므로 내 자신 다치지 않고, 옆집 창문이나 지붕을 파손시키지 않게 하려하니 더욱 어려웠다. 어쨌든 첫날은 전기톱을 이용하여 두 그루 자르기에 성공.
둘째날은 옻나무의 일종이나 야릇한 냄새만 풍길 뿐 옻을 옮기진 않는 나머지 한 그루를 잘라내었다. 이 나무는 바람에 씨앗을 날려보내며 어찌나 번식력이 강하고 빨리 자라는지 동네 이곳저곳에 거목으로 자라나고 있고 예상치 못하게 잔디나 지붕에 싹을 틔우기도 한다. 이 나무는 잔가지는 그리 없지만 밑둥부터 7-8미터 높이에 이르기까지 거의 고르게 10-15센치 정도의 직경으로 곧게 전봇대 같이 자란터라서, 그 무게가 대단하여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하였다. 반은 운동삼아 반은 재미로 도끼를 이용하여 밑둥을 쳐내고자 하였는데, 온힘을 다하여 탕탕 치지만 손, 팔, 어깨에만 충격이 가해져올 뿐 그리 진전이 없었다. 전기톱이 있기전에는 사람들은 아무리 큰 거목이라도 이렇게 도끼질로 나무를 베어내었을 터인데… 1/3쯤 남기고는 지치고 위험을 느껴 전기톱을 이용하여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고, 마침내 나무는 우지끈 쓰러졌는데, 다행히 예상한 방향으로 넘어져 주었다.
우리 집의 다른 쪽 경계선인 옆집과의 담장 중간에 직경이 60-70센티정도 되는 제법 큰 오크추리가 있는데, 우리집쪽으로 밑둥이 더 와 있어서 우리집 스스로 몇 년에 한번씩 나무치는 멕시코인들을 고용하여 좀 싸게 쳐내곤 했었다. 그런데 요사이는 법이 엄해져서 직경이 20센티를 넘는 오크추리는 절대 자를 수 없고, 가지를 치더라도 시정부의 허가를 얻어 지정된 나무 자르는 회사로 하여금 자르게 해야한다. 이를 어기면 그 벌금이 만불이나 된다. 이 나무도 너무 가지가 무성하여 새로 이사온 옆집 부부가 지붕이 위험할 수 있다고 안달을 하기에 반씩 부담하여 시의 허가를 얻고 나무를 쳐내었다. 그러나 이 이 사람들, 내 욕심처럼 큰 가지를 듬뿍듬뿍 잘라내질 않고 잔가지만 솎아 내었고, 몇 시간 작업한 비용이 육백불이나 되었다. 너무 분통이 터지는 일이라서 지금은 그 열매인 도토리(A-Corn)가 뿌려져서 방금 싹튼 것들을 보기만 해도 다 뽑아버리고 있다. 집 주위에 몇 그루 자라고 있던 직경 10센치 정도의 오크추리는 내집안이던 밖이던 약간의 긁힘을 감수하면서까지 손수 다 잘라 내었음은 물론이다.
어제 오늘 베어낸 그 큰 나무들을 몇 도막으로 잘라서 낑낑대며 집뜰 한켠에 쌓아보니 그야말로 산더미이다. 오늘은 기진했으니 몇 일후에나 큰 나무기둥은 잘게 잘라서 도끼질하여 벽난로 장작으로 이용하고, 나머지 잔가지들은 좀 귀찮지만 잘게 잘라서 몇 주에 걸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이다. 몇 달 벼르던 일을 해치우니 아무튼 흐뭇하다. 기진하게 운동도 한 셈이고 돈도 절약할 수 있었다. 때로는 좀 위험하기도 하지만 내집을 손수 가꾸는 재미가 이런데서 오는게 아니겠는가…
다음 스케쥴은,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앞뜰 한구석에 크게 자라나 1미터씩이나 두터운 잎사귀를 뻗어내는 가시돋힌 선인장 무더기를 치워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곳엔 좀 덜 위험한 그리고 좀더 유용하기도 한 알로베라(Aloe Vera)를 심는 것이다. 약간의 담장 구실을 해야 하므로 제법 높이 가지를 뻗어내는 야생 알로베라를 심을 것이다. 이젠 크게 자라는 나무는 오-노.
구자문/2002년 8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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