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신수도 건설 뉴스를 보면서
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몽골 신수도 건설 이야기는 몽골을 자주 오가며 20년전부터 듣고는 있었으나, 그 진척상황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2년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옛 몽골제국의 수도였던 하르허롬(Karakorum)을 신수도로 재건하라는 법령을 공표하면서 실제적인 진행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몽골의 신수도 건설사업(신하르허롬 프로젝트)은 현재 수도 울란바타르의 극심한 인구 과밀화, 대기오염, 교통 체증 등을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약 300억 달러(한화 약 40조 원) 규모의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몽골 독자 자본과 기술만으로는 감당이 어렵기에, 몽골 정부는 해외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몽골은 개발도상국이고 경제산업이 발달되지 못했지만, 영토가 넓고 지하자원이 풍부해서, 이를 잘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비용을 감당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2026년 7월, 우리 한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몽골 하르허롬시청은 행정수도 건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세종시의 설계 및 조성 노하우를 그대로 신하르허롬에 이식하고, 한국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각 나라들과의 경쟁을 뚫고 한국의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몽골의 이러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기술과 경력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겠지만, 몽골인들이 지난 20~30년간 교류를 통해 한국의 일 추진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인들은 중단기 사업에 냉정하게 이득을 따지기 보다는 좀 무모하게 뛰어드는 경향이 있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 몽골 정부는 2030~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울란바타르 인구 일부를 신하르허롬에 이전시켜 최종적으로 50만 규모 도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행정 기능 이전, 친환경 녹색 도시 구축, 관광 허브 조성 등을 목표로 설계되고 있다. 인프라가 전무한 초원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일인 만큼, 정부의 목표(2030년대 전후)보다 훨씬 긴 최소 수십년 이상 소요될 장기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 수도와의 먼 거리, 혹독한 기후, 에너지 및 용수 확보, 그리고 민간 투자 유치 가능성은 신하르허롬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난제들이다. 울란바타르와 신하르허롬의 거리는 약 370km로 매우 멀다.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려면 150~200km 지점이 유리해 보이지만, 굳이 이곳을 택한 경제적·지리적 이유는 거리가 가까우면 공무원들이 출퇴근하거나 주말마다 기존 수도로 가버리는 \’빨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므로, 울란바타르 인구를 확실하게 쪼개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의도적으로 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몽골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북동쪽 울란바타르에 몰려 있는데, 신하르허롬은 몽골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서부/남부 광산 지역과 연결성을 높여 국토 전반을 골고루 개발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몽골 정부는 먼 거리 극복을 위해 두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고속철도망 구축을 장기계획에 포함했다. 이를 통해 이동 시간을 2시간 이내로 단축하여 하나의 거대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겨울철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기후 특성상, 신도시의 안정적인 난방과 전력 공급은 생존 문제이다. 그 대책은 1) 기존 울란바타르처럼 거대한 석탄화력발전소 몇 개에 의존하는 방식 대신, 신도시 곳곳에 소규모 발전소를 짓고 이를 지능형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방식 추진, 2) 하르허롬 지역은 바람 강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므로 몽골 정부는 풍력/태양광 발전시설을 대거 확충하여 신수도 전력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을 지나는 국제 송전망 및 가스관(러시아-중국 간 가스관 등)과의 연계를 타진하고 있다. 3) 하르허롬은 오르혼(Orkhon) 강 유역에 위치해 있지만, 50만 대도시가 쓰기에는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몽골 정부는 \’오르혼-고비\’ 수자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북부 지역의 수자원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쪽 하르허롬과 고비사막까지 끌어오는 대규모 수로 사업이다. 신수도가 이렇게 건설된다 하더라도 민간기업이 들어오고 경제활동이 창조되어야 도시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몽골에서 대규모 수익 창출 가능한 부문은 지하자원인데, 석탄, 철강, 원유, 금 등 다양한 광물이 항만도 없고 수송로가 열악하여 개발이 힘들다. 몽골은 세계적인 자원 부국이지만, 바다가 없는 내륙국(Landlocked Country)이며, 국경을 접한 나라가 러시아와 중국뿐이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몽골은 중국 톈진항(Tianjin)과 러시아 보스토치니항(Vostochny)을 통해 유럽 및 아시아 시장으로 나가는 루트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광역 철도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또한 지하자원을 원석 상태로 수출하게 되면 수송비가 많이 들고 가격도 싸므로, \’원석 수출국\’에서 \’가공 부품 수출국\’으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몽골 혼자가 아니고 다른 나라와의 기술/자본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신수도 사업보다 이러한 국토개발사업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데, 신수도 사업은 이러한 국토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 요소로 추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정치경제변화가 이를 허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어쩌면 지하자원 및 농업개발을 위한 인구 20만 정도의 허브도시로 정착지어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신수도 건설은 세계역사를 돌아보아도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계획은 세우더라도 아마 추진 자체는 자꾸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이는 우리 한국정부와 기업에서도 유의 해야 할 점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몽골 인프라 및 지하자원 개발에 우리 기업들이 크게 진출할 계기는 마련될 것이다.
대경일보 2026년 9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