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철강과 조선산업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얼마 전 TV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조선산업, 특히 고가의 선박인 LNG선의 수주 및 제작상황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평소에 우리 한국의 철강산업 및 연관 제조업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로서는 그 선박들의 거대함, 높은 가격, 그리고 우리 기술자들의 작업능력 등에 대해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크루즈선 이외의 다른 모든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근래 K9 자주포, K2 전차, KF21 전투기 등의 경쟁력으로 우리들 모두가 자랑스러웠는데, 조선업의 선전을 보고 더욱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졌다. 우리가 이렇게 대단한 선박들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 포스코 같은 철강회사가 존재하고, 기계 및 IT산업, 대형 엔진산업 등이 경쟁력 있게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1968년 포항제철이 설립된 것은 철강산업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우리나라의 철강 기업들은 경공업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중화학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정부의 계획 아래 빠르게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철강은 해외수출의 일익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에 필요한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6.25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우리나라가 철강산업과 중화학공업의 성장에 힘입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철강산업은 국내산업 중 산업연관 파급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다. 철강산업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타 산업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경제파급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에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러한 철강산업은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모든 국가들이 가장 먼저 발전시키려 했던 기반산업인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철강산업이 갖는 고유의 경제적·기술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으로서 생산규모가 커지면 고정비 분산효과, 생산 효율성 제고 등으로 생산원가가 하락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와 같은 규모를 이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철강제품은 중량물로서 물류비용이 생산원가의 약 10% 내외를 차지하기에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물론 철강, 석탄 등의 원료 수송을 위해서도 항만시설은 필수적이라 몽골 같은 내륙국가들은 구축이 힘든 것이다. 기술적 특성을 보면, 철강산업은 연속공정산업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서 자동화기술이 공정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자 다량의 오염물질 배출산업으로 에너지 절감기술, 환경오염 방지기술 등 핵심 공정기술의 확보가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입지 과정에 지역민, NGO 등의 반발이 심해서 포스코가 인디아 오디사주에서 추진하던 일관제철소 건설이 무산된 적도 있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철강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는 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최신 기술의 적기 도입, 그리고 정치행정 능력 내지 지역민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철강산업의 발전은 속도, 규모, 내용 등 종합적인 면에서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사건으로 회자 되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과 수십 년 만인 2020년에 세계 철강생산 6위, 철강소비 5위, 수출 3위 등으로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하는 주도국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조선산업은 한국을 먹여 살렸던 중요한 산업 중 하나였다. 1990년대에 불황에 허덕이던 세계경제가 살아나면서 대형 유조선의 건조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대형 유조선 발주가 급증한 이유는 전세계가 석유 파동을 겪은 후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이때부터 세계 1위 수주를 자랑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조선업 1위가 된 후 한국은 LNG선,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부가가치 높은 선박의 건조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 이르러 세계 3대 조선소가 모두 한국의 조선소들이 차지할 만큼 조선업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중국의 조선업도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급성장하였다. 그러나 2008년 미국의 리먼사태가 터지며 세계적 불황이 오게 되었고, 고, 이로 인해 한국의 많은 중소 중공업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 조선소들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후 경제회복에 조선업이 기지개를 펴던 중국의 독점이 시작되었으나, 중국의 후동 중화조선에서 건조한 LNG선 글래드 스톤호가 운항한지 2년만에 운항 불가능 진단을 받고 폐선되기도 했고, 선박 건조속도 느림, 높은 불량률, A/S 부재 등 중국 조선소의 문제점이 계속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전세계의 수주들이 다시 한국 조선소로 몰리기 시작하였고 수주율 1위를 다시 달성하게 되었다.
한국의 조선업이 1위 과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전세계의 조선업 불황 속에서 오히려 시설투자를 하며 조선업 규모를 키웠던 것이 큰 힘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선박 건조기술력의 우수함을 세계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수요가 급증하였고 자연스럽게 LNG 운반선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러한 수요의 증가에 세계적인 ‘LNG 선박 건조기술력’, 특히 ‘고압력 탱크 제조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조선소는 수주물량이 급증하게 된다. LNG수요는 2030년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여 한국 조선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물론 석유시추선, 구축함, 잠수함 등의 건조도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게 되어 국가적으로 매우 고무된 상황이다.
영남경제 2024년 6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