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과 소소한 일상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경북 동해안에 위치한 포항에 살면서 서울은 자주 못가지만 주변 지역은 자주 돌아보고 있다. 자라온 곳이 대부분 서울이고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그곳에 살고 있지만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은 최소 하루를 잡아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이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 탓이기도 할 것이다. 고속철도가 연결되어 2시간 30분만에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지만, 새벽부터 나서야 하고 돌아오면 한밤중이 되어 버리니 직장에 매인 이들로서는 이웃 드나들 듯 하기는 힘든 것이다. 멀지 않은 위치에 포항경주공항이 있어 과거에는 자주 이용했고 시간상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고속철도 개통 이후 항공편이 줄었고 운항스케줄이 필자와 맞지 않아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교통기관 발달로 지리적 거리에 대한 부담이 크게 덜어져서 근래에는 전국이 반나절권, 세계가 지구촌이 되었다는 말 등을 많이 쓰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카카오톡이나 왓스앱 등을 통해 세계 모든 곳에 빠르고 저렴하게 통화가 가능하기에 매우 편해지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의사결정사항들도 이러한 기기를 통한 가상회의며 가상공간을 활용하게 되어, 우리 인류의 삶이며 경제행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매일 TV스크린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고 생생한 정보를 얻을수 있으니 직접방문의 필요성이 많이 줄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가상이 아니라 직접 만나야 해결될 일들이 없지 않음이 현실이기도 하며, 분명 10번에 한번은 직접 다녀올 이유가 생긴다고 본다.
필자도 인터넷 세대가 되어 있어서 TV나 인터넷을 통해 가고 싶은 곳을 가보기도 하고 서류를 제출하는 등 업무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직접 만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경우도 있고 간접방문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니 바람도 쏘일겸 직접 몸을 움직여 나서는 때도 많다. 물론 생활 리듬을 깰 정도로 긴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보통 내 사는 곳을 반경으로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운전거리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수도권이나 서해안 지역에는 잘 가지 못하며, 보통은 포항지역 내를 맴돌거나 경주보문단지, 영덕해변 정도가 다녀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말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는 있다. 주변에 방랑벽 있는 것처럼 온 나라를 쏘다니고 싶어하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는 방법들을 잘들 깨우치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저렇게 힘들게 산다고 불평하면서도 그런대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있다고 본다.
요즈음 반은퇴상태인 필자도 강의 및 논문지도 등으로 나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그래도 자주 찾는 곳이 10~15분 거리의 용한리해변이다.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언덕 위 낡은 대형 건물 2층에 함바집 같이 운영하는 작은 뷔페식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대학동창 이박사와 이곳을 찾아 음식을 먹고 드라이브하여 인근 서핑해변도 보고 CU편의점에 들려 나는 커피 이박사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자주 동행하는 연구원 최군은 우유를 마신다. 우리가 서핑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며, 철렁이는 파도를 보며, 서핑객들을 멀리서 구경도 한다.
또한 미국인교수 부부와 일요일 오후에 만나 동네커피숍 ‘니나’에서 차 한잔 마시고 걷는데, 죽천해변에서 환여해변까지 왕복하는 것이다. 가까운 곳이지만 갈 때마다 출렁이는 파도와 갈매기가 있다. 해변으로도 걷지만 해안절벽 위 숲길로도 걷는다. 우리만이 아니라 꽤 많은 이들이 부부동반 식구동반으로 걷는다. 초여름이라지만 바닷바람이 강하고 아직 기온도 높지 않으니 강한 햇살만 직접 받지 않는다면 아주 쾌적한 산보가 된다. 환여해변 쪽에서 걷게 되면, 그곳에 있는 단골 커피숍 ‘도노’에서 커피 한잔하고 등대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반대로 걷는다. 당연히 ‘해상스카이워크’에도 들르고 가끔은 언덕위 ‘스페이스워크’에도 들른다. 며칠 전 방문했던 네팔 KEC교수들이 경치에 크게 반하기도 했는데, 그때 환여해변은 영화를 찍는지 분주해 보였다.
20여년전 귀국하여 포항에 살면서 한동안은 서울에도 자주 가고 이곳저곳 방문도 했었다. 그때 가던 곳 중 하나가 서초동 ‘예술의 전당’이다. 차를 세우고 광장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감나무와 미니사과나무들이 있고 유리지붕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음악회와 미술전람회도 열린다. 또한 서울에 가게 되면 부모님댁 근처의 ‘서울수목원’에 들른다. 이곳은 오래된 항동저수지와 폐철도가 있는 곳으로 새롭게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요즈음 서울가는 것도 뜸해져서 내 생활반경은 포항 인근으로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새로운 것과 보지 못하던 것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이곳 시골 분들의 알아듣기 힘들던 말투도 잘 알아듣는다. 어릴 때는 잘 않먹던 물회도 즐기고 활어회도 즐긴다. 요즈음은 몇십분 운전해서 보경사 앞마을 산채식당에도 가고, 좋은 경치 보러 호미곶 구만리에도 간다. 이렇게 주변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감이 소소한 생활의 재미인 것 같다. 물론 좀 더 큰 소일거리는 유튜브 감상이다. 다양한 지식도 얻지만 재미있는 소품 영화들을 감상함에 재미가 들려있다. 이러면서 봄여름이 가는 것이고 한두해가 가는 것이니 첨단 과학문명시대에 지극히 소소한 인생을 산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남경제 2023년 6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