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와 도시개발사업

고층아파트와 도시개발사업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국도시의 특징은 고층아파트군이라고 생각된다. 서울 등 대도시 도심과 부도심에는 고층빌딩들이 많지만, 이는 다른 나라 대도시들도 마찬가지이기에 특색이라고 하기 힘들다. 이는 미국 뉴욕도 그러하고 지진 많은 로스엔젤레스와 일본 동경도 그러하다. 하지만 한국같이 아파트들이 고층으로 군집을 이루고 쾌적한 동네를 이룬 곳은 찾기 힘들다. 홍콩같이 인구밀도 높고 토지가 제한된 도시국가에서는 더 높은 아파트들도 많지만, 이들은 주거넓이, 인동간격, 동네시설 등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한국 것들과 비교하기 힘들다.

  필자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는데, 필자가 살던 곳은 평지에 자리 잡은 15층짜리 아파트로 변모되어 있는데, 그 주변 언덕배기는 더 높은 25~35층 아파트군으로 개발되어 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거주하던 이 아파트는 한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6층짜리 Y자 형태의 아파트군이었었는데, 1990년대 초중반에 재건축되어 고층아파트군으로 변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내다본다면 도심, 부도심 등 연단화된 대도시의 이곳저곳에 고층 상업용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은 새로 지은 고층의 아파트군들이다. 필자가 지난 수십년 거주하는 중간 크기 도시인 포항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14년째 거주하는 곳은 포항부도심 장량동의 아파트단지이다. 5,000여세대의 아파트가 밀집된 곳 중앙에 위치한 22층 아파트단지로서 1,7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인근에는 45층짜리 초고층아파트 단지도 있다. 포항에 ‘포항경주공항’이 있어 비행기를 타기도 하기에 하늘에서 시가지를 내려다 볼 기회도 있지만, 언젠가는 몇 차례 1천톤급 큰 배를 타고 영일만항을 돌아 본적이 있는데, 멀리서 특색있게 내다 보이는 것은 흰색으로 빛나는 고층아파트 군이었다. 이렇게 한국의 도시에서는 고층아파트 군들이 도시의 대표 이미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량으로 지어진 고층아파트들이 우리 한국인의 주거의 질과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한 바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는 아파트 보다 단독주택이 선호되고 비싼 주택들이 대부분 단독주택지역에 있는 주거들이고, 건축물이나 동네의 질이 매우 좋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동네는 인프라도 부족하고 집들도 전쟁 이후 대충 지어진 것들이 많아 부엌과 화장실을 포함한 건물의 물리적인 시설들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또한 한국인들의 주택소유욕이 높아서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수요 또한 높았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 지어진 도시의 아파트 가격을 감당 못하는 가난한 이들은 아직도 단독주택에 방 한두칸 세를 얻어 살거나 다세대 주택의 작은 원룸 생활을 하는게 현실이기는 하다. 현재 정부에서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LH공사를 통해 저소득임대주택을 아파트의 형태로 공급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면적이 작은 편이고 국토의 70%가 산지라서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은 크게 제한된 편이다. 또한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좀 더 나은 주거에 대한 열망은 큰 편이고,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 원칙에 따라 ‘개발할 곳은 잘 개발하고 보전할 곳은 잘 보전하자’ 그리고 ‘자원절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도시개발’을 위해서는 고층아파트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포함한 고층건물들을 본다면, 너무 특색이 없고 지극히 경제적으로 지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고층건물은 그 도시의 상징이자 이미지 형성의 큰 요소일 것인데, 그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좀 더 도시계획 및 토지이용계획상의 기법들도 잘 활용하여 교통문제 없고 효율적이고 복합기능적인 ‘네이버후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지만, 건물들도 지역성을 살리든 파격적인 장소성을 나타내든 그 외관 면에서라도 좀 더 나아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뉴욕 맨하탄이나 싱가포르의 고층건물들에서 보듯이 좀 더 지역성을 포함한 특색을 살린 디자인, 포스트모던 디자인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우리 한국도시개발의 또 다른 특징은 무수히 행해지는 도시개발사업이라고 본다. 이는 영어로 ‘Land Assembly’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토지주인, 건설회사가 지자체와 함께 개발을 수행해나가는 것이다. 이에 지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건설회사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고, 지자체에서는 되도록 재정부담을 줄이되 저소득층주거, 공원, 주차장 등 공공시설들을 포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도 채택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많은 사례를 지닌 나라는 드물다고 본다. 이 도시개발사업은 ‘지구단위계획’을 함께 수행하도록 하여 자유롭고 다양한 설계가 가능한 것인데, 한국의 경우 매우 단조롭게 고층아파트군에 약간의 상업시설이 포함될 뿐이다. 또한 사업성을 높이다 보니 도로, 특히 이면도로가 좁고 주차장이 적어 저녁이면 길 양측으로 주차된 차들로 차량통행이 힘들다. 이러한 아파트단지들이 많은 필자가 사는 포항부도심 장량동의 경우, 어디가 부도심의 중심인지 알 수도 없고, 광장과 공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또한 중소도시의 경우 사업성이 적어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한국의 많은 도시들이 새롭게 변모되고 시민들의 주거의 질 향상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의 도시들이 거의 같은 모양으로 변해버리고, 도시개발사업들이 연접하여 제각기 허가를 득하기에 건물과 인프라들이 조화롭고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지 못함이 문제이다.  

대경일보 2023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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