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나타난 땅벌집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외출했다 돌아온 오후에 앞뜰에 나가 봤는데, 땅에 묻은 수도계량기 뚜껑 위로 벌들이 30마리 이상 윙윙거리고 있었다. 요사이 며칠간 앞뒷마당으로 돌아다니며 수목 잔가지를 치고 있었는데,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갑자기 벌들이 여왕벌을 따라 계량기 뚜껑 중앙에 뚫린 조그만 구멍을 타고 그 안에 벌집을 지은 모양이었다. 말벌이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잘못 건드리면 사납게 공격할 것이었다. 더구나 이날은 옆집에 놀이기구를 차려놓고 어린이들이 파티를 하고 있어서 우리 집 앞에도 차들을 주차하고 있는데, 자칫 이들이 벌에 쏘일 수도 있고 집주인을 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집에 ‘벌 킬러 스프레이’는 없지만 ‘개미 킬러 스프레이’는 있어 이를 뿌려 봤는데 수십마리가 끄덕 않고 구멍을 드나들며 윙윙거릴 뿐이었다. 벽돌로 구멍을 막고 스프레이를 좀 더 뿌려대니 많이들 흩어졌고, 15분 후에 가보니 일부 벌들이 주변에 죽어있었다. 벽돌을 치워보니 구멍 입구에 벌들이 떼지어 몰려있어 거기에도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시 막아 놓았는데, 30분 후에 다시 가보니 벌 수십마리가 죽어있고 날아다니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 이렇게 몇차례 계속하다 보니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해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벌들이 바로 하루 전쯤 새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고, 아마 그 안에 여왕벌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실 필자는 벌들과 인연이 없지 않다. 포항의 대학 캠퍼스 3층에 있는 필자의 사무실은 숲 근처에 있어서인지 창문을 통해 벌들이 많이 들어온다. 일반 벌도 있고 말벌도 있다. 학생들이 보면 기겁을 하지만, 필자는 태연하다. 그대로 두면 작은 틈으로 나가던지 다음날 보면 바닥에 떨어져 죽어있다. 지난 몇 주전에도 이 창문을 통해 말벌 한마리가 들어 왔는데, 이것은 과거 것들보다 엄청 커서 길이가 5cm는 되었는데, 이러한 벌에 한번 쏘이면 사람들은 쇼크사 할 수도 있고, 이러한 말벌 두어 마리면 수만마리 일반 벌집을 초토화시킨다고 한다. 의자 위에 서서 창가에서 윙윙거리는 말벌을 병으로 잡아 공기 통하는 구멍 뚫린 큰 병 안에 넣어 두었더니 윙윙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쳤는데, 다음날까지도 살아 있었다.
한동대 개교 초기 학생들과 팀워크 하는 날 캠퍼스 건너편 언덕으로 가는 길에 꽤 넓고 깊은 골짜기가 있어, 빙 둘러 가는 대신 빠르게 가는 직선 길을 개척하겠다고 괭이질을 시범 보이다가 땅벌집을 건드렸는지, 벌들이 확 떼로 달라든 적이 있었다. 필자는 10방 정도 쏘이고 몇몇 학생들도 3~4발 쏘여 병원으로 달려갔던 일이 생각난다.
10년전 쯤 미국집 지붕 아래 조그만 틈으로 벌들이 드나들어 이를 없애고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1.5층 높이의 지붕 아래 벌 구명에 벌 킬러 스프레이를 뿌리고 얼른 도망가기를 두어 차례 하고 나니 다음날 벌들이 사체를 남기고 모두 떠나 있었다. 그때 그 구멍을 틀어막았는데, 아마 안에는 꿀을 잔뜩 지닌 벌집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우리 집만이 아닌지, 언젠가는 이웃집 지붕공사를 하다가 큰 벌집을 발견했다고, 맛보라고 꿀 가득한 벌집조각을 보내온 적도 있었다.
우리 한국에서도 농촌지역에서는 이러한 벌집제거가 자주 있는 일이고, 전문가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이들 벌들도 생태계의 일환으로 살아가는 것인데, 한편 생각하면 측은하기도 하다. 도시화가 진행되니 이러한 벌들만이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도 삶의 영역이 축소되고 먹을 것이 귀해지기에 우리 인간의 집과 마을에 침범하게 되고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도시에서도 멧돼지나 고라니의 도심 출현이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이 거대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언저리 동네에서는 커다란 다람쥐, 갖가지 새, 도마뱀 등이 흔한데, 새벽이면 작은 늑대 종류인 코요테가 비밀히 동네를 누비고 있다. 먹이를 찾는 것이고 우리들에게도 위협이 된다.
우리가 환경친화적인 개발 (Environmental Friendly Development), 생태디자인 (Ecological Design), 공생 (Symbiosis) 등의 개념들을 자주 언급하지만, 실제상황에서 그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백두대간만이 아니라 주변 야산 생태계를 보전하려 애쓰는 이유가 먹이사슬을 포함한 동식물들의 생태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는 쉽게 무시해버리기도 하고 인공적인 자연, 스마트한 전자기기환경 등에 둘러싸여 있지만, 우리 인간생태계도 일반생태계의 일부로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연결 고리들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요즈음 아파트단지 환경이 좋아져서 나무도 많고 새들이 찾아와 아침이면 그 새소리에 잠이 깬다. 이러한 녹지대들이 서로 연결되어 녹지축을 이루고 주변 산야 생태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곳 로스앤젤레스 북쪽 언저리 마을은 수목이 무성하고 주변 ‘샌가브리엘 마운틴산맥’과 직접연결 되는데, 아침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들린다. 물론 후리웨이의 자동차 소음도 함께 들림이 유감이기는 하나 어쩌랴. 요즈음은 아침마다 원숭이 짖는 것 같은 요란한 소음이 나 무슨 까마귀 소리가 저런가 하며 살펴봤더니, 글쎄 앵무새같이 연두색 깃털을 지난 커다란 새 두어마리가 나무꼭대기에서 상대를 부르며 기괴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영남경제 2023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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