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꿩과 토끼들은 어디 갔을까

그 많던 꿩과 토끼들은 어디 갔을까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새싹이 나고 꽃들이 피고 주변 경관이 화사해지는 것 같다. 필자가 머무는 대학캠퍼스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교외 낮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해발 100미터 이하의 구릉에 호수도 있고 논밭도 있다. 25~30년전만 해도 이곳은 도심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오지 같은 산속이었다. 10여년 전 10분 거리에 대단위 신도시가 건설되고 최근에는 항만과 산업단지가 지척에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분위기가 좀 달라졌지만 전반적으로는 자연적인 풍광을 지닌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포항시의 인구는 50만명 언저리에서 크게 변화가 없는데, 도시화지역은 크게 늘어나고 새로운 건물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도로망이 더욱 발달 되어 있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며 같은 인구가 요구하는 시설과 서비스가 더욱 늘어나니 도시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포항 자체가 수도권 아닌 지방 중소도시이고 도시의 영역 자체가 서울의 1.8배에 달할 정도로 넓어서 도심에서 약간만 밖으로 나가도 산과 들이 있고 나무 울창한 숲이 있는 자연경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며칠전 다른 학교 및 연구기관에서 은퇴 후 본교에 석좌교수 및 강사로 온 대학동창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몇 년전만해도 아침 일찍 건물 앞으로 고라니가 뛰어가기도 했고, 한밤중에는 교문 밖 빈터에 커다란 어미 멧돼지가 작은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하니 놀라는 기색이었다. 낮에도 캠퍼스 안팎으로 펼쳐진 산길을 걷다 보면 꿩과 까투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새들은 물론이고 토끼며 다람쥐들도 발견되었다. 필자는 팀 학생들과 산책길을 만든다고 하다가 벌집을 건드려 병원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북측 새 기숙사 지어진 부근에 있는 갈대 우거진 작은 호수에서 지금은 미국으로 떠난 한 동료 교수가 학생들과 오리를 키우기도 했는데, 뭇짐승들이 와서 해치기에 단속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이른 새벽에도 고라니도 멧돼지도 발견되지 않는다. 봄이면 흔하게 날아오르던 꿩이며 까투리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가끔 보이는 것은 참새와 까치뿐이다. 정말 그 많던 산짐승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동안 사람들은 들개와 들고양이들이 많아져서 산짐승들이 사라졌다고들 이야기 하고 있었다. 캠퍼스에는 사람들이 버려두고 간 강아지며 고양이들이 많았었는데 병든 경우가 많았었다. 그래서 버리고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학생들이 보살피기도 하고 새끼들을 입양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단속하자 대부분 사라져 버렸지만, 한동안은 주변에 야생화된듯한 개체들이 눈에 뜨이고 있었다. 정말 이들 때문에 토끼며 꿩들이 사라진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야생 개며 고양이 때문에 산짐승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주변이 개발되고 숲속에도 등산객과 산책객들이 많아져서 짐승들이 살아갈만한 영역(Territory)이 소실 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사람들에게도 영역이 존재하여 건축이며 도시계획분야에서 이를 중히 여기며 연구하지만 자연생태계 특히 짐승들에게 영역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먹이 활동을 하며 생명을 유지할만한 자연공간이 그 영역인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먹이사슬이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 인근은 그러한 영역이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먹을 것도 없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뜨이는 것이다.
        
  근래에 정부에서 곰과 여우를 야생에 방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 취지야 좋지만 작은 국토 안에서 더구나 인구밀도 높고 많은 도로망이 깔린 상황에서 제대로 살아갈지 모르겠다.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도 많고 인명사고가 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이들 동물들도 케이지 안은 아니지만 영역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산다해도 행복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럴 바에는 정부에서 좀 더 재정을 투입하여 한 개 군정도 규모의 테마파크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야생동물공원 (Wild Animal Park)을 두어개 조성하면 어떨까 생각된다. 물론 DMZ는 250km 길이에 4km 폭으로 지난 70여 년간 인적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되어있어 추후에도 잘 보전해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다른 지역의 야생동물공원 조성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본다.

  곰과 여우만이 아니라 지금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호랑이, 표범, 바다사자, 원숭이 등도 이러한 곳에 방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북통일이 되면 영토가 더욱 넓어지고 국가의 토지확보도 쉬워질 것이므로 지금부터 준비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동물들을 왜 야생에 키워 내려 하는가? 이를 생태계의 먹이사슬복원으로 보면 곤란할 것이고, 다만 자연을 보전하고 아름다운 국토를 조성한다는 상징적인 노력이라고 보아진다. 요즈음은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여가선용을 위해서 산과 바다를 찾는데, 이로 인해 도시 인근의 산야는 말할 것 없고 전국의 산과 구릉의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 인근에는 인공적으로 잘 조림된 수림대며 등산로/산책로가 조성되면 좋을 것이나, 백두대간이며 깊은 산들은 구간을 정해서, 경계방책과 함께 그 안에는 약초 캐는 이들도 드나들지 않을 정도의 자연이 조성되고 야생화 훈련 끝난 곰이며 여우들을 풀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영남경제 2023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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