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남해안 상륙을 앞두고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올들어 우리나라에 갑작스런 폭우가 잦았다. 그것도 장마철이 지난 8월 중에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전례 없는 폭우가 수차례 반복되었는데, 한시간 60~70mm에 하루 300mm에 이르는 폭우라서 서울의 강남지역이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가져왔다. 그 다음에는 충청지방에 수차례 폭우가 쏟아져 역시 큰 피해를 가져 왔다. 우리나라에는 1년 평균 1,000mm 정도의 강우가 있어 물부족국가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강우가 6~7월 장마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리고 다른 기간은 갈수기이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는 우리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다. 이 물로 산천초목이 자라게 되고, 우리의 식수와 생활용수가 되고, 농업용수가 되고, 산업용수가 되는 것인데, 때로는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강우가 제대로 지하에 스며들지 못하고 제대로 물을 저수지에 저장해 두지 못하니 우리가 물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세계 전례없는 경제산업성장을 이룩하고 선진국으로 그리고 군사강국으로 발돋음 하였는데, 지속적으로 홍수와 가뭄 피해를 입고 있다. 홍수는 주로 장마철의 집중호우 탓인데, ‘천재(天災)’라고 하기도 하지만 요즈음은 ‘인재(人災)’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은 피해가 같은 지역에 반복되어도 우리가 이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수처리시설 용량이 부족하고, 홍수위험지대나 산사태 위험지역에 건축허가를 내 주거나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뭄이 지속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이 집중적으로 내리는 우수를 지하수로 흡수시키거나 저수지에 저장하지 못하고 모두 바다로 흘려 보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근래 우리나라는 가뭄에 시달리고 장마철도 아닌 기간 수차례 큰 폭우에 시달렸는데, 9월에 접어든 지금 큰 태풍의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것은 2022년 태풍 11호 힌남노(Hinnamnor)로서, 이 명칭은 라오스에서 제출한 자기네 국립보호구역의 이름이며 ‘돌가시나무 새싹’을 뜻한다고 하는데, 올해 생성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한다. 태풍 이름은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낸 것을 돌려가며 쓴다. 이번 태풍은 과거 국내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사라’와 ‘매미’보다 더 강한 상태로 상륙할 가능성이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6일 새벽에 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예상으로는 힌남노는 국내에 상륙하는 시점이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해수면이 높아지는 시점과 맞물리면 해일처럼 높은 물결이 해안가로 들이닥칠 수도 있다고 한다. 힌남노는 3일 오후 3시 중심기압 940h㎩(헥토파스칼), 강풍반경 420㎞, 중심최대풍속 47m/s로 북상 중이다. 지금 예상대로라면 6일 새벽 경남 통영 부근으로 상륙시 최대풍속 35~60km/h, 순간풍속 70m/s로 전망되며 6일 밤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상청 ‘72시간 전 태풍진로 예보’와 실제 경로 간 평균 오차거리는 최근 5년간 201㎞라서, 이를 감안하면 힌남노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한다. 5일 오전 9시와 6일 오전 9시 힌남노 위치 70% 확률반경은 아직 각각 230㎞와 280㎞에 달한다. 태풍 위치 70% 확률반경은 ‘태풍의 중심이 위치할 확률이 70% 이상인 범위의 반경’을 말한다. 이 말은 힌남노가 사실상 전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기상청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면서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사라호 태풍은 1959년 9월 11일에 사이판 섬의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9월 15~18일에 한국의 중남부지방에 큰 피해를 주었다. 일본 오키나와 섬 서쪽 해상을 거쳐 동중국해에 이르면서 한국의 남해안지역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여 제주도와 영남지방을 비롯한 전국이 심한 폭풍우에 휩쓸렸으며 곳곳에 홍수가 났다. 사라호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사망 및 실종 849명, 부상 2,533명, 이재민 37만 3,459명으로 한국에서 비교적 정확한 재해 기록이 이루어진 1900년도 이래 3번째로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또한 선박피해 9,329척, 경작지 유실 21만 6,325정보 등 총 피해추산액이 당시 금액으로 약 1,678억 7,000만 원에 달했다. 태풍 매미는 2003년 9월 12일 한반도에 상륙해 경상도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태풍이다. 열대저기압에서 태풍으로 인정되기까지 발달 속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당초 기상청 등은 이와 같은 느린 발달 경향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태풍은 9월 9일 무렵 ‘초강력 태풍’으로 돌변했다. 경남도 고성군 일대에 상륙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한반도 남동부를 관통하여 상륙 후 약 6시간 만인 9월 13일 2시 30분경에 울진 앞바다로 빠져나와 동해상으로 진출했다.
태풍 매미는 발생에서 소멸까지 태풍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포물선 형태에 가까운 경로를 밟았기 때문에, 진로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고 한반도 상륙 가능성도 꽤 일찍부터 예상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정부의 대처는 매우 미흡해 마산 지하상가 참사 등 결과로 이어졌으며, 당시 마산의 고조(高潮) 높이는 180cm로 예측되었으나, 실제로는 최대 439cm의 해일로 변해 예측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마산시는 제대로 된 대피령을 내리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부두의 원목 수천 개가 바닷물과 함께 밀려와 지하 건물의 출구를 막으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또한 전봇대나 송전철탑 등의 전기공급시설을 확실히 정비하지 못한 지역이 많아서, 강풍에 의해 정전이 속출하여 이 일대는 뉴스 특보마저 시청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 세력의 태풍은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는 생소해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음에 따른 희생자가 많았고, 피해규모도 사상 최대급에 이르렀다. 인명 피해는 사망·실종 132명, 이재민 6만 1천여 명, 재산 피해 4조 7천억여 원으로, 피해가 워낙 커, 수도권 일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이제 얼마후면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측으로 상륙할 것이므로, 민관이 모두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 태풍권의 길목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포항도 큰 비와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필자가 재직한 대학에서도 5일과 6일의 강의는 줌으로 진행하기를 권장하고 있고 필자도 그리하도록 학생들에게 연락을 한 상태이다. 포항시로서도 도로와 건물이 침수되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겠지만, 상습적으로 침수하거나 산사태 지역이 상존하고 있어 걱정이 클 수 밖에 없다.
대경일보 2022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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