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및 동네사람 이야기

동네 및 동네사람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한 지역에 오래 살게 되면 그 지역의 많은 것들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해짐과는 별도로 의외로 새로 발견되는 일들도 많고 새로운 인물들도 만나게도 된다. 서울과 같은 일천만 도시도 아니고 대구와 같은 이백오십만의 도시도 아니지만, 포항은 인구 50만을 지닌 꽤 큰 도시라고 생각된다. 1960년대의 5~6만 농어업 도시에서 1990년대 중반에 50만의 도시로 성장했다고 하는데, 1995년에 포항시와 영일군이 합해져 도농통합시가 되었으므로, 실제적으로는 1960년대 15만이 1995년 50만으로 변했다고 하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포항시와 영일군 통합 당시 포항시의 인구는 33만명이고 영일군의 인구는 17만명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고 보는데, 그중에는 3~4만 인구를 지닌 흥해읍, 연일읍, 오천읍 등 큰 읍들도 있었고, 구룡포 같이 1~2만명 인구를 지닌 소읍들도 있었다. 지금은 포항시의 교외도시가 되었지만 이러한 소도시들은 나름대로 긴 역사와 특색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은 포항시의 가장 큰 부도심이자 신도시인 장량동이며, 직장은 행정상으로는 흥해읍이지만 장량생활권과 밀접해 있다. 필자의 주생활권은 그래서 장량동과 흥해읍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 대학 캠퍼스는 혼자서도 큰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 필자도 보통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병원, 약국, 음식점 등에 갈 때는 장량동이나 흥해읍 중심지역으로 가게 된다. 퇴근 후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거처가 있는 장량동이며, 특히 그 행정동의 절반 정도 크기의 법정동인 양덕동이다. 이러한 동네가 과거 전통적인 ‘네이버후드’냐 아니냐는 생각해 볼 만한 이슈라고 보아진다. 현대 대도시에서, 특히 한국과 같은 대단지 고층아파트에서 네이버후드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네이버후드에 비해서 좀 더 지리적인 요소를 벗어나 다양한 네트워킹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 차가 있고 인터넷이 있으니 그 네트워킹의 범위가 좀 더 넓혀졌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포항시라는 곳은 그리 크지 않은 지역사회이고 필자로서도 30년 가까운 생활 속에 매우 익숙해 있다. 그런데도 요즈음 이 도시에서 의외로 새로운 분들도 새로운 장소들도 생각보다 많이 만나고 접하게 된다. 세상은 넓은 듯하면서도 좁다더니, 좁은 듯하면서도 넓은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필자가 자주 가는 작은 의원과 약국이 흥해읍에 있는데, 그 부근에 있는 필자가 전혀 가보지 못한 한 약국이 있었는데, 지난번 그곳에 들르게 되었다. 그곳은 약국이면서, 다양한 건강식품들을 완비하고 있고, 한약제조면허가 있어 한방약들을 조제하고 있고, 개와 고양이 관련 먹이와 물품들을 팔고 있었다. 우연이라기 보다는 며칠전 그 인근에서 양품점을 하는 꽤 오래 알고 지내던 신세대 주인분이 ‘한번 가게 놀러 오세요’ 해서 한번 들렀을 때 마주쳤던 분이기는 하다. 컴퓨터화면을 오래 본 후라서인지 필자의 눈이 좀 깜박거리고 있어서인지, 자기가 약사이고 대체의학에도 관심이 많다면서 한 두가지 조언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언젠가 한번 방문하기로 한 것이었다. 동행한 대학동창과 잠시 기다리다 보니, 동네의 다양한 이들이 처방약 사러, 건강상담하러, 아니면 애완동물 관련 상담을 하러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물론 전화를 통해서 주문을 받고도 있었다. 평소에는 직원 둘이 있는데, 이날 따라 일찍들 퇴근해서인지 꽤 기다리다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분 강조점은 건강을 위해서 ‘건강식품을 골라 먹어라’, ‘운동해라’, 그리고 ‘욕심을 버려라’였다. 평소 식사를 육류, 채소 등을 골고루 잘 갖추어 소식함은 당연한 일이다. 아플 때는 정확한 진단 아래 처방약을 들어야 하겠지만, 마그네슘, 밀크사슬, 콜라겐 등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함도 중요하다. 이곳은 한방도 겸하므로 홍삼, 느릅나무껍질, 비파 열매 등도 건강에 도움이 됨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차를 몰아 양덕동으로 왔다. 마침 배가 고파 무언가 먹기로 했는데, 주변에 두부고등어조림집, 우렁쌈밥집, 돼지국밥집, 대패삼겹살집, 매운낙지집 등 많다. 이날 저녁은 두부조림으로 정했는데, 이 집은 맛집으로 소문나 언제나 사람이 많다. 그후에는 커피 한잔하기로 하는데, 단골집도 있고 가끔 들르는 집도 있다. 한 커피숍은 2~3층 터놓아 천정이 높은데 안밖이 항상 꽃으로 장식된 멋진 건물 안에 있다. 또 한 커피숍은 약간 먼 숲속에 자리잡고 있고, 근래 찾아낸 또 다른 커피숍은 책도 전시되고, 기타와 첼로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동향인 지역언론인이나 사업가들도 만나고, 그 근처 사무실 지닌 부동산 중개인, 러시아에서 농사를 짓는 필자가 운영하는 새마을아카데미 강사이기도 한 후배 등도 만난다. 물론 모 교회합창단 지휘자와 그의 부인인 젊은 권사님, 동네 이장격인 명품옷가게 주인, 그리고 꽃장식 커피숍건물 주인도 만난다. 일요일 출석하는 교회도 근처에 있다. 한 도시에 오래 살다보니 많은 이들을 알고 있는데, 자주 만나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미술전시회에도 가보는 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좋다고 보지만, 저녁되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장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차피 주어진 직업활동의 연장이라지만 건강에는 좀 안좋은 것 같다. 그 대학동창은 은퇴 이후에도 돈과는 관련 없이 자기 하고 싶던 물리학이론, 전산모델링, 이미지프로세싱 등 연구를 열심히 하는데, 지적인 만족감이 큰 모양이다. 그러나 만나면 잠 부족하고 소화 않된다고 힘들어한다. 역시 은퇴하여 명예직을 지닌 필자로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생활하고 있으니 ‘아직 젊다’ 자부하면서도 건강에 대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영남경제 2022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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