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LA까지 2년 만의 여행

포항에서 LA까지 2년 만의 여행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코로나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지난 근 2년간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되도록 삼가고 있었다. 재직 중인 대학의 해외프로그램, 지난 15년간 개발도상국 여러 나라 도시 및 지역들을 일년에 4~5회 찾아가며 진행하던 유니트윈 프로그램도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방학중 어김없이 찾아가던 가족들이 머무는 로스앤젤레스도 코로나팬데믹으로 찾지 못했었다. 물론 집사람이 미국에서 한국을 한두달 방문하기도 했지만 역시 절차가 쉽지 않았었다. 포항KTX역에서 고속철에 몸을 실은 것은 신축년이 끝나가고 임인년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승객이 많지 않아 미리 예약한 좌석에서 보통은 혼자 앉게 되는데, 의외로 한 승객이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서투른 말로 자리를 묻는데 한국인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디 가느냐 물으니 서울 가는데, 한국에 2년째 거주하는 태국사람이라고 한다. 한국말도 영어도 좀 서툰편이지만 몇 가지 질문에 간단히 답해주고 잠시나마 꿀잠을 잤다. 요즈음 늦게 자고 한밤중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세가 있어서 잠이 부족했는데, 기차를 타니 잠이 오는 건 예전이나 마찬가지라서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2시간 30분후에 서울역에 도착했고 부리나케 지하 5~6층 깊이에 위치한 인천공항철도 탑승터미널로 갔다. 원래 이용하던 직행은 운행이 정지되었으므로 완행을 탔는데, 매 정거장 정차했지만 고속이므로 1시간 남짓하여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코로나 음성확인증 등 여러 서류와 함께 서둘러 여행사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을 하고 출국장으로 가는데 갑자기 키 큰 여학생이 10미터 밖 도넛가게에서 ‘교수님’ 소리치며 뛰어온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나는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는데, 이 학생은 멀리서도 마스크 쓰고 백팩을 맨 나를 잘 알아본 것이다. 이 학생은 1~2년전 졸업한 우리 학부 학생으로 로스앤젤레스에 인턴차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학생은 다른 비행편을 이용하였고, 배웅하는 친구와 이미 무언가를 먹고 있었기에 잠시 이야기만 하다가, 도착하여 좀 여독 풀리면 연락하라고 미국집 전화번호를 건네주었다.

  출국수속은 예나제나 자동출입으로 간단했고, 항공사 라운지에서 요기도 하고 밀린 일도 좀 하며 몇 시간 기다리다가 마침내 탑승을 했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얼마전 보다는 많아진 것이라는데, 한줄에 두어명씩 앉은 것 같다. 내 옆 좌우도 크게 비어 있다. 비행기는 원래 장거리형으로 보잉747이 자주 이용되었는데, 이번 비행기는 그보다 좀 작은 보잉777 같은데, 새 비행기로서 우선 좌석 앞뒤 간격이 좀 더 넓었고, 모니터 화면도 큼직했다. 근래 기름값 때문에 수지 타산 상 보잉747을 매각하는 추세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필자는 타보지 못했지만 과거에도 꿈의 비행기라던 콩코드가 뉴욕에서 대서양 건너 런던을 10시간이 아닌 2시간여에 주파했는데, 가격이 비싸 승객들도 제한 되었지만 너무 큰 소음에 이착륙 지점에 문제가 많았고 대기중 CO2를 너무 내뿜게 되어 이용이 중단되었다는 사례도 있다.

  10여시간의 비행, 갈 때는 10시간 반, 올 때는 13시간 반이 걸린다. 차이는 지구 자전 때문이다. 어쨌든 이 시간들이 너무나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한동안은 장시간 잠자는 것이 목표였으나,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되고 엉덩이도 아프므로, 두어시간 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좋아하는 클래식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즐기자. 그리고 졸리면 좀 자자.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이 이미 여러 해 전이다. 아무튼 오랜만의 비행이 끝나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30분 경이다. 입국수속 카운터 수가 줄어들어 줄이 좀 길어서 한 20분 기다린 것 이외에 입국수속은 간단했다. 준비해간 코로나 음성확인서는 보자고도 않고 어떤 물건을 가져오느냐, 돈은 얼마나 가져오느냐 등 몇 가지 질문뿐이었고 서둘러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갔다. 집사람과 둘째 아들이 마중을 나왔고, 비 뿌리는 후리웨이를 북으로 달렸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멋진 고층건물군들을 지나 1시간 달려 집에 도착했다.

  겨울이 우기이기도 하지만 지난 며칠간 계속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갔다고 하는데, 요즈음 아침 및 저녁기온이 쌀쌀할 정도로 낮은데 보통 영상 3~4도는 내려 가는 것 같다. 물론 낮기온은 15도 이상일 것인데, 비가 개이면 온도는 5도 이상씩 올라가게 될 것이다. 방금 떠난 한국에서는 중부지방에 큰 한파가 지속된다고 하니 지중해성기후 로스앤젤레스가 부러운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울릉도가 지중해성기후를 어느 정도 보인다고 하며, 가수 이장희가 여름이 덜 덥고 겨울이 덜 추운 그러한 이유로 그곳에 거주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코로나팬데믹 여파로 이곳 번화가들도 과거에 비해 한적해졌다. 한국도 그러하지만 이곳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사람들은 외출 대신에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거나 배달해 먹는다. 한국의 배달문화가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존재했었는데, 이제는 교외지역에서도 중국음식, 한국음식, 아이스크림집 등에서 배달을 하고, 다른 미국가게들에서도 미리 주문하고 픽업하는 서비스가 성행해졌다. 미국이 경제산업적으로나 국방력면에서나 세계 최강대국이기에 많은 나라들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컨셉하에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도 열심히 일해 부를 일구어내고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교육시키고 있지만, 워낙 큰 나라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기에 시장경제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밝지 못한 부분들도 없지 않음이 사실이다. 코로나팬데믹 이후 더욱 늘어난 것은 ‘홈리스’들이고 그들이 예전에 집중되어 있던 다운타운 ‘스키드로우’로 불리던 지역만이 아니라 요즈음은 코리아타운 인근 맥아더파크 부근이나 좀 더 외곽인 헐리우드 인근까지 늘어나 있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영남경제 2022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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