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과제 환동해권 활성화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환동해권 혹은 환동해경제권이라는 개념을 이용하기 시작한지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떤 이들은 또 그 얘기냐고 하지만, 우리는 이 개념 내지 정책의 실현을 위해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생의 뜻을 세운 사람도 수 십년 장기적인 계획하에 하나둘 일정을 추진함이 맞는데, 국가적인 사업들이야말로 백년대계 하에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백년 후로 모든 것을 미루어놓자는 말이 아니고, 실망하지 말고 하나 둘 실천하고 이루어나가자는 말이다. 더구나 크고 작은 기회라는 것이 국내외 상황의 변화에 따라 예고 없이 갑자기 주어질 수도 있는 것이기에 우리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이다.
환동해권이 왜 중요하냐? 많은 이들이 묻고는 한다. 우리에게는 국경을 맞대는 주변 각 나라들과의 일대일 관계는 물론이고 이들을 아우르는 초국가적이며 광역적인 블록 내에서의 다자적 다이나믹스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근세에 들어서 더욱 중요해진 것이 광역적 국제블록 내에서의 다자적 교류와 협력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글로벌화와 무한경쟁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나 위험분산 차원에서나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일차원적인 국제관계 내지 외교정책만을 유지해서는 않되는 시대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우리 지자체로서의 역할이 대두되어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 등과의 다자적 네트워크가 중요하지만 또한 지지체간의 네트워크도 그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글로컬 국가(Glocal State) 이론’은 하위 차원의 국지적 경제권이 초국가적 차원의 다른 경제권들과 연계를 재규명 내지 재영역화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중앙과 지방과의 관계, 세계자본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의 충돌 등 글로벌시대의 국제정치경제학적 역동성을 이해하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국가 주도의 발전주의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와중에 글로컬 국가론은 국경을 초월한 지자체 상호 간의 비교우위를 통해 한편에서는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토지나 노동력을 공급하는 등 상호보완하며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환동해권에 면한 경북도의 입장에서는 환동해경제권의 활성화가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서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25년 전부터 동북아시아지역단체연합(NEAR)를 결성하여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북아지방정부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며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NEAR총회’ 및 경북도-이르쿠츠크 경제인교류회 회의 등을 공동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의회도 작년 초부터 환동해권 10개 시군 도의원들의 모임인 ‘환동해연구회’를 결성하고 지속적인 세미나를 개최하며 환동해권활성화의 기치 아래 동해안 각 시군 발전전략, 관광산업네트워크 개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등 구체적인 지역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영일만항을 지니고 있는 경북 동해안 중심도시이자, 글로벌 철강기업 포스코, 국내 최고수준 연구중심대학 포스텍 및 연구기관, 그리고 글로벌 대학이자 개발도상국 관련 사업들을 진취적으로 추진하는 한동대를 지닌 포항으로서도 환동해권 교류와 협력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포항시는 환동해거점도시회의, 환동해국제심포지엄, 동북아CEO경제협력포럼 등을 개최하면서 환동해중심도시로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제26회 환동해거점도시회의에서 포항시는 제1차 한-러지방협력포럼, 크루즈 및 페리노선 유치 등을 소개했고, 코로나로 중단된 크루즈 및 페리노선 재개, 북한까지 연결하는 한-러-일 평화크루즈 운항, ‘환동해 문화관광 협력사무국’ 설치 등을 제안했었다.
환동해권의 중요성은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활성화의 중요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일대일로(一带一路)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당연히 동북아지역이 세계로 뻗어나는 주요 길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 산하 전략의 하나인 중·몽·러 경제회랑 활성화는 인접 러시아, 동북아 및 그 하위지역인 환동해지역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북극항로의 연결고리가 되어 막대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정부는 2013년부터 ‘극동·바이칼 사회경제 발전전략 2025’ 등 신동방정책을 토대로 대외개방화를 진행되고 있다.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 2015년에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을 지정하는 등 이 지역을 적극개발하면서 제조업 기반 조성 및 수입대체산업 육성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같이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초국경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따라 대외환경 변화가 예상됨으로 환동해지역의 중개 및 연결 거점도시의 중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도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 및 중국이 북한과의 핵문제 등에 중재자의 역할을 하며 협상창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증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 등 주변 10개 시군을 포함한 경북도의 환동해권에서의 지자체간 교류와 협력증진을 위한 노력과, 이를 통한 지역발전 추진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며, 좀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자체들의 협력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역적인 리더쉽이 필요하고, 서로 이익이 공유되는 구체적인 상생전략 수립이 필요하고, 좀 더 많은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남경제 2022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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