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식량원을 찾아서

새로운 식량원을 찾아서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우리 한국인들이 지금과 같은 윤택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은 불과 30~40년 전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때만 해도 국민소득이 낮았고 굶주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이들과 이야기해보며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은 1960년대는 물론이고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농촌지역에 사는 이들의 삶은 매우 구차했었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집과 도시인프라 미비를 언급할 수 있지만, 좀 더 초점을 맞춰 말한다면 식량부족이 가장 큰 이슈였을 것이다. 봄이면 많은 이들이 보릿고개로 시달리고 겨울이면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추위에 시달렸다.  

  선진국으로 빠르게 압축성장한 우리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국가가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지만, 좁은 국토에 강대국에 둘러싸여 먼 장래를 내다본다면 안보에 관한 불안감이 없을 수 없음이 문제이다. 식량문제만 해도 주곡이야 수입할 이유가 크게 없겠지만 육류, 과일, 채소 등을 수입하는 등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무역국가로서 이러한 수치에 당장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사시를 대비하여 비축식량을 확보해 놓아야 하고 국내 식량자급률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쌀을 달라’ 외치며 젊은이들이 미군정청 내지 정부에 데모를 할 정도로 굶주림도 심했었고 주곡인 쌀이 식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쌀 생산량이 적어서 식량자급이 불가능했는데, 1972년 ‘통일벼’가 개발되면서 생산량이 2~3배로 크게 늘어 식량자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이들이 건강을 생각하여 쌀도 덜 도정된 현미를 선호하게 되고, 이러한 곡식보다 샐러드, 토마토, 버섯, 스테이크 등으로 꾸려진 건강식을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미밥에 검은콩이나 퀴노아를 넣는 등 다양한 건강식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검은콩은 검은깨, 흑미 등과 함께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블랙푸드’의 대표적인 식품의 하나로 건강식품, 약재, 다이어트 식품 등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영양면에서 검은콩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과 ‘이소플라본’은 혈액순환 개선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레시틴’ 성분은 두뇌 영양공급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필자도 이를 밥에 넣어 먹는 등 즐기고 있다. 퀴노아는 작은 낟알로 생산된 곡물으로서 수천 년 동안 남미 페루, 에콰도르 등 안데스지역에서 널리 재배해온 중요 농작물이었다. 단백질이 풍부하며, 섬유질과 칼슘, 아연, 철분, 비타민B, 비타민E 등의 함유량이 높다는 영양학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최근 ‘슈퍼곡물’이라는 별칭과 함께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도 밥에 넣어보기도 하는데, 벌레같이 보여서 아직 익숙하지는 못하다.

  옥수수는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폭넓게 재배되고 식용으로도 가축용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나, 주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동대 석좌교수 김순권박사가 조생종이며 영양가 높은 수퍼콘을 개발하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든 가난한 나라의 식량원으로서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한편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세계 유일하게 바뀌게 된 우리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공적원조를 제공하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세네갈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19개국에 55개의 환경에 맞는 벼 품종을 개발해준 것이다. 이 벼들은 과거 한국의 식량자급에 큰 공헌했던 ‘통일벼’를 그 지역에 맞게 개발하여 ‘이스리’ 등의 이름을 붙여 등록하고 생산하게 한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벼생산과 농가소득이 2~3배 늘어나게 된 것이다.  

  지난 수세기, 특히 지난 수십년간 식량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생명과학과 IT기술의 발달이 식량생산성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식량수급이 낙관적이지 못한 것은 21세기 중반까지 전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세계자원연구소는 2050년 필요한 식량이 현재보다 60~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극빈층 감소에 따른 식량수요의 변화도 한 원인이다. 또한 식량을 식도락 대상으로 여기는 인구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생태적 비용이 높은 식량수요가 높아짐을 의미하며, 육류소비는 물론이고 수입 과일 등의 소비가 증가한다. 이외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역의 이동, 물 부족과 냉해로 인한 대기근의 위험 등도 여전히 상존하는 위험이다.

  현재 관련 학자들은 다양한 대체식량을 연구 중인데 그중 하나가 클로렐라이다. 이는 엽록체를 가진 컵 모양의 구형 단독세포이며 단독 또는 군체를 이루어 자란다. 클로렐라는 빨리 증식되고 단백질과 비타민B군이 풍부하여 대체식량원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요즈음 한 대학동창이 다른 해초 하나를 언급하는데 그것은 장어풀(eelgrass)이다. 이 해초는 멕시코 캘리포니아해변에 자생하며 길게 1m까지 자라는 녹색식물인데, 몸줄기에 포함된 작은 알갱이들이 곡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동창은 이 해초를 영일만해변에서 실험적으로 키워서 수확해보자고 하는데, 이미 스페인의 한 혁신적인 요리사가 이 해양곡물을 갈아 밀가루를 만들어 빵과 파스타 요리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 해초는 항생제나 비료 없이 저비용·대량생산·친환경재배가 가능하기에 장차 대체식량으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대경일보 2021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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