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선배들과 나누는 지역 이야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요즈음 몇 차례 가본 식당이 하나 있는데, 구도심인 해도에 자리 잡아 좀 낯선 곳이기도 했으나, 음식이 풍성하고 맛도 좋았다. 이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의 이름이 가게이름이기도 한데, 이곳에서 40년 정도 장사를 한다고 했다. 주변 건물들이 다 그렇듯 이 건물도 겉에서는 매우 낡아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방이 여럿이고 그런대로 잘 꾸며져 있다. 주메뉴가 정식인데 가자미와 도루묵조림이 맛있고, 꽁치무우찌개, 된장찌개 등과 함께 싱싱한 미역회무침을 여러 접시 가져다 준다. 여기에 짙은 보라색 흑미밥을 가득 퍼 주는데, 음식솜씨와 분위기가 긴 세월동안 단골손님을 끌만 하다고 여겨진다.
이곳은 형산강을 한두 블락 남측에 두고 있고 전면도로는 포항 북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간선도로로서 형산대교를 지척에 두고 있어서 교통량이 꽤 많은 곳이다. 길가의 건물들은 1~2층 내지 3~4층 정도로 낡았다기 보다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듯하며, 동네 자체가 도시정비 내지 재생이 필요한 곳이다. 이 식당의 길 건너편에는 5층 높이의 아파트군락이 있는데, 한눈에 봐도 좀 오래된 것 같아 보이는 아파트인데, 1985년에 포항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좋은 아파트라서 잘 사는 분들이 주로 입주했다고 한다.
필자가 포항에 이사 온 것이 1995년인데 그 당시 가장 대규모로 지어진 용흥동의 한 고층 아파트타운이 지어진지 5년 정도 되는 해였다. 그때 그곳 2층에 세를 얻어 가서 7년 정도 살았었다. 그후 흥해의 한 아파트로 이사가서 7년을 살다가, 새로 지어진 양덕아파트단지로 이사온지 11년이 되었다. 물론 과거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여 아직도 20~30년 그대로 사는 분들도 없지 않겠지만, 많은 이들은 집을 옮기게 된다. 필자의 경우는 대개 7년 정도의 주기였는데,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사는 편이다. 집을 옮겨 이사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새집으로 옮겨가서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고, 가격이 올라 재산이 증식됨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동을 통해서 주택이 재분배 내지 여과되는 필터링(Filtering)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식당을 알게 되고 이 아파트에 대해서 듣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알게 된 포항 토박이인 한 선배분으로 부터이다. 이분은 월포해변에 사시면서 신항만인근 서핑장해변에서 편의점을 크게 하시는 분인데, 요즈음 동네의 커피집이나 인근 한 동년배 친구의 사무실에서 오후시간에 꽤 자주 서넛이 함께 만나 이 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사연들을 나누고 있다. 간혹 점심때 만나게 되면 도심의 이 식당에 와서 정식을 먹거나, 흥해의 한 추어탕집에 가기도 하는데, 계산도 대부분 본인이 하시겠다고 하신다. 또한 사무실에서 만나게 되면 인근 편의점에서 커피와 과자를 사람 수에 맞춰 4개 정도를 사 들고 오신다. 함께 먹는게 즐겁지 않으냐고…
예전 같으면 필자의 경우도 직장 일에 매진하며 가외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요즈음 명예교수 신분이 되어 좀 더 시간이 나기도 하고, 방학 중이기도 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해외여행도 하지 못하는 바라서, 지역의 친구나 선배들과 좀 더 만날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이분들은 대개 현역에서 은퇴했어도 아직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범위가 줄었고 여유시간이 좀 더 많은 편인데, 이들의 다양한 경력과 경험은 그대로 살아서 빛나고 있다. 필자도 이들을 만나면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지금은 코로나팬데믹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젊은이들도 구직에 애를 먹지만, 이러한 국가적 팬데믹상황이 해소되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것이고, 인구가 위축되는 한국사회에서 구인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출산율 증가를 위해 애써야 하고, 노동력 확보를 위해 양질 이민자 우선의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100세 시대에 늘어난 노령층의 노동력 활용이 중요해진다고 본다. 노령층의 노동력이 활용되면 이들의 빈곤문제 및 복지문제도 조금은 쉽게 해결될 것이고, 국가나 가정의 부담도 덜어질 것이다.
같이 만나는 또 다른 선배님은 건설회사 국내외현장에 오래 근무했던 분인데, 딸이 살고 있는 캐나다방문기를 가끔 들려준다. 그곳은 땅이 넓으니 골프장을 포함하여 지자체 운영의 체육시설들이 다양하여 노령층이 비용과 시간에 구애됨 없이 느릿느릿 웃으며 농담하며 스포츠를 즐기기도 한단다. 또한 그곳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한 가격 아주 저렴한 카지노스타일의 게임시설이 있어, 노인분들이 $1짜리 10~20장 가지고 와서 게임을 하여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모두들 나이 답지않게 생기들이 돈다고 했다. 이곳 매니저가 주머니에 코인을 담고 다니면서 다 잃은 분들에게 한 웅큼씩 나눠 주기도 하는데, 모두들 환호하며 기뻐한다고 했다. 이렇게 노령층들이 집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러한 시설을 운영함으로 인해 노인분들이 건강해져 병원 갈 기회도 줄어들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 예일 뿐이지만,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책들을 수립·실행함이 노인복지를 위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북미국가들에서는 노년층들이 거주할 다양한 스타일의 주거, 의료서비스 등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들이 시간제 일이나 봉사활동을 할 기회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 많은 장년이나 노년층들이 병원이나 NGO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시청의 다양한 부서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이들의 건강과 경제생활을 돕는 것이다.
대경일보 2021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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