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폭동·약탈자로 변질된 시위대들을 보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지금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어 200만명이 전염되고 10여만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언제나 이 전염병이 멎게 될지 아무도 장담 못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되어 넓게 보급되기 전에는 2~3차 감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되기에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온 세계가 불안함에 떨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한 흑인의 경찰 검거 중 사망’을 계기로 흑인차별에 대한 항의시위가 벌어지는가 했더니 그중 일부는 상점들을 파괴하고 물건을 약탈하는 폭동·약탈자들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멀리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고약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해버리기 쉽지만, 이는 코로나사태와 겹쳐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것 같다. 특히 미국의 도시들과 정치권은 지금 엄청난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이다. 폭동이 경찰력이 감당할 능력을 넘어 심각해져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을 동원해서 진정시키겠다고 공언했고 그리하고 있다. 코로나19기승 하에 이러한 일이 벌어져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감염되고 죽어갈지,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불황이 업친데 덥친격이 되어 얼마나 큰 어려움으로 닥치게 될지 짐작이 어렵다.
우리는 간혹 헐리우드영화 등을 통해 미국 대도시에서의 흑백갈등과 흑인들의 폭동현장을 보기도 하는데, 실제 상황은 영화에서와 같이 절대로 로맨틱하지 않고, 절대로 손쉽게 해결이 않되며, 전쟁상황과 같은 공포가 온 도시를 업습하며, 수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LA폭동 당시 LA시정부에 근무하며 비상근무 하에 그 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던 필자로서는 현재의 상황도 그와 유사하리라 여겨진다. 그 당시는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청년이 경찰의 검문요청에 응하지 않고 도망가다 잡혀서 험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마침 그곳 주민이 새로 산 비디오카메라를 시험하다가 우연히 찍게 되어 이 영상이 방송국을 통해 전 미국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 폭력경찰들을 징계하는 긴 과정 끝에 배심원들이 무죄에 가까운 처벌을 하게 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이 흑인밀집지역인 중심가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차량을 부수고, 비흑인 운전자들을 끌어내어 때리고, 주변 마켓들을 부수고 들어가 물건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좀 멀리 이어져 있는 코리아타운에도 침입하여 약탈을 시작했는데, 경찰은 방어선을 한국타운 밖 헐리우드에 설정하고 한국타운을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미네소타에서 피해를 본 한국인 가게 주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문 잠그고 지키다가도 이들이 몰려오면 인근에 주차해둔 차량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창문을 깨고 침입하여 명품을 위시하여 많은 물건들을 약탈해 갔다고 한다. 주인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다치거나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 한인업주는 자기가 안에 있는데도 깨고 들어와 약탈하기에 항의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한 얼굴 아는 흑인이 자동차에 피신한 업주에게 오더니 자기가 훔친 물건을 되돌려주더라고 했다. 군중심리는 무서운 것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가 큰 시위로 발전하고 의도치 않게 한 가게가 털리게 되면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폭동·약탈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이들이 꼭 도적떼이고 먹고 살수 없기에 그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 중엔 평범한 직장인들도 있을 것이고 양심을 가진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억울함 내지 불만 때문에 항의시위에 참여하다가 군중심리에 따라 폭동·약탈자로 변모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노리고 부추기는 이들도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거의 30년전 LA폭동때는 같은 소수인종이면서도 흑인들 동네에 가게를 차리고 돈 잘 버는 것 같아 보이던 다운타운의 한국가게들이 큰 피해를 입었었다. 물론 코리아타운의 가게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 예비군을 주축으로한 한인들이 자경대를 조직하여 옥상에서 총을 들고 공포를 쏘며 폭동자들의 접근을 막았는데, 이게 미디어에 소개되고 코리아타운으로 가면 총맞아 죽는다. 한국남자들은 모두가 총 잘 쏘는 한국군 예비군들이라는 소문이 LA에 퍼지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 폭동으로 인해 LA는 큰 재정소실과 시설파괴가 있었고, 다운타운에 있던 많은 한인가게들이 털리고 전소되었다. 코리아타운의 일부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제대로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었고, 다시 맨바닥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양한 인종, 민족, 그리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과거 노예로 끌려와 고생하던 흑인들이 있고, 국경을 넘어와 거주하는 멕시코인 등이, 물론 개발도상국의 어려움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살고 있다고 본다. 우리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도 소수인종으로서 차별을 받으면서도 큰 문제없이 자녀를 잘 교육하며 비즈니스 등으로 경제적 입지들을 굳히고들 있는데, 세월이 바뀌고 모국이 발전되었기에 요즈음 정도의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본다. 며칠 새 폭동·약탈이 좀 진정되어 간다니 다행인데, 앞으로 이러한 야만적인 행태가 더 일어나서도 아니 되지만 미국사회도 시위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차별 없는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 코로나19와 겹쳐 큰 어려움이 미국과 세계에 퍼질 것을 걱정하며 이 글을 쓴다.
대경일보 2020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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