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영일대해변과 장미원을 거닐며
구 자 문 한동대 교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초중등학교도 제대로 개학을 못했을 뿐더러 대학교도 온라인강의로 한학기를 마무리해 가고 있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이고 이제 남미와 인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대량 늘어나고 있어서, 이제 잘 제어되는 듯한 우리 한국도 안심을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러스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백신도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라 확진자 증가가 수십명 이내에 그친다 해도 방역당국에서는 신경을 크게 곤두세우고 경로색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래도 근래 들어 정부가 경보단계를 낮추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크게 예상되는 경제적 악영향, 즉 과거 대공황 같은 정도로 예견되기도 하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스웨덴의 경우처럼 확진율 재상승을 불러올 수 있어 너무 일찍 경보단계를 낮춘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오고도 있다. 포항의 경우 시민들이 좀 더 자유롭게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는데, 해변도시로서의 특징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다.
이러한 염려를 안고 주말 오후 영일대해변에 가 보았다. 맑은 날씨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꽤 많은 이들이 나와 있는데, 대부분 포항사람들이겠지만 대구 등 타지에서 온 듯한 분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사태 이후로 이 도심해변도 예년에 비해 사람들이 크게 적어졌지만 갇힌 공간이 아니라서인지, 다들 마스크하고 사회적거리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비교적 많은 이들이 몰려 바닷가를 산책하고, 백사장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고, 커피숍이나 음식점 열린 테라스에 앉아들 있다.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테이블배치가 좀 달라져 다들 바람이 불어오는 바다를 향해 띄엄띄엄 앉아들 있다.
필자도 평소에 애용하는 천 마스크 안에 필터를 끼고 선글라스를 쓰고 해맞이공원쪽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바다에는 모터보트와 오토바이들이 흰물살을 가르며 질주한다. 포항의 특징인 2층 한옥정자 피어에도 많은 이들이 보인다. 그리고 넓은 아스팔트 광장을 지나며 장미원으로 진입한다. 이 장미원은 그리 규모는 크지 않지만 몇 년째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사진촬영장소로 유명하다. 붉은장미, 검붉은 장미, 흰장미, 노란장미, 휜색과 핑크색이 섞인 장미, 그리고 넝쿨장미 터널들이 있어 오뉴월의 현란함을 보여주고 있다. 장미원에 위치한 작은 한옥정자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내 마음에 장미를 품고 해변을 걷다.’ 멋진 말이다. 장미 숲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마스크를 통해 스며드는 향기를 맡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는데, 동행한 미국인 친구가 한마디 한다. 장미가 물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장미꽃잎이며 이파리에 시든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햇빛이 제법 강한데 뿌리 부분으로 고무관 통해 공급되는 물이 좀 부족한게 아닐까 생각이 된다. 필자도 마당가에 장미를 심고 몇 년 가꾸어 보려 노력한 적이 있는데, 쉽지 않았다. 특히 물주고 벌레제거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이 정도 넓은 장미원을 가꾸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포항의 시화가 장미라고 하는데,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키우는 어려움은 동반하는 것이다. 장미는 꽃을 많이 피우기에 꽃을 피운 장미를 80% 정도만 감상하고 잘라 주어야 장미나무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다음 꽃을 빠르게 만들어낸단다. 장미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관목장미는 한그루당 하루 10리터, 덩굴장미는 2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물주는 시간은 오전10시와 오후3시경이 가장 좋다고 한다. 장미는 양분섭취가 많아 거름을 많이 주어야 하며, 벌레와 곰팡이균이 쉽게 번식하므로 6~8월에는 한달에 두 번 정도 약을 쳐 줘야 건강하다고 한다.
LA에 살면서도 장미원에 많이 가 보았다. 꽃을 키워 파는 동네 ‘널서리’에도 장미가 있지만, 인근의 ‘디스칸소가든’에는 대규모 장미원이 있고, 필자가 재학하던 USC 근처의 자연사박물관에도 대규모 장미원이 존재한다. 그 중앙에는 ‘가제보’가 있어 사람들이 잠시 발길을 멈추어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는데, 규모도 크지만 꽃들도 대부분 싱싱하다. 부모님 사시는 서울 항동에도 서울수목원이 있고 후문 근처에 꽤 넓은 장미원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나기도 쉽지 않지만 더운 여름에는 물 공급과 병충해 돌보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큰 규모 장미원이 흔치 않고 싱싱한 꽃들로 들어찬 경우는 더욱 드무니 안타까움이 크다. 병충해에 강하고 추위에도 강해 물공급만 잘해주면 봄부터 여름 거쳐 가을까지 오래오래 꽃을 피워낸다면 좋을 것인데, 아마 원예학자들이 연구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주말 오후를 절친과 함께 바닷가를 걷고 장미원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영일대해변에서 보이는 바다, 왼편으로 보이는 설머리지구 구릉 위 푸른 숲과 멋진 건물들, 또 멀리 한편으로 보이는 포스코의 구조물들, 출렁이는 바다와 바닷바람. 이와 같은 도심해변이 한국에 또 있으랴 싶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모두가 움추려 있는데, 사회적 거리를 지키면서 나마 바닷가를 걸을 수 있어 행복한 주말 오후였다.
대경일보 2020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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