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예찬

‘영덕’이라는 지명을 기억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때 지리부도를 외우면서였을 것인데, 같이 외우던 단어가 ‘대게’였다. 하지만 수도권에 사는 어린 학생에게 영덕은 지도상의 지명이었을 뿐이다. 그후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십여년의 외국생활 후 자리 잡은 곳이 포항이었고, 인근인 영덕을 찾게 될 기회가 많아졌다.

포항을 출발하여 칠포, 월포를 거쳐 영덕 바닷가를 운전해가다 보면 우리  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갈 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많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산야에 비슷한 건물들이지만, 이 동해 바닷가만은 다르다.    

가도 가도 맑은 태양 아래 짙푸른 바다, 푸른 송림대, 그리고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다. 마음이 우울할 때는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해변 한곳에 차를 세우고 푸르른 바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본다. 해풍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 – 소리도 질러본다.

이곳 영덕은 아직 청정자연이 남아있는 곳이다. 바다가 그러하고 산과 내가 그러하다. 이곳 강구항은 대게의 집산지라서 우리 식구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연례행사로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의 청정한 산골짜기 소나무밭은 송이버섯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필자도 일년에 한번쯤은 친구들과 영덕 산골짜기 물가를 찾아 송이도 구워먹고 고기도 구어 먹는다. 이 모두가 내가 포항에 살게 되면서 얻게 된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포항에 살지 않고 예전대로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어떠할까? 지금이야 예전과 달리 교통수단이 발달되었으니, 어릴 때와 같이 ‘영덕, 대게’라는 단어들만을 외우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영덕에 자주 올 일은 크게 없을 것이다.

포항-영덕-울진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지역은 수도권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교통이 불편함으로 인하여 자연환경이 살아남았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지역에 가장 필요한 것은 편리한 교통망이다.      

영덕을 중심으로 놓고 보았을때 가장 필요한 것은 부산-울산-포항-영덕-울진-삼척으로 이어지는 국도7호의 완공과 동해선철도의 완성이다. 이를 통하여 많은 관광객과 물류가 일본에서부터 포항, 영덕, 삼척, 강릉과 연결되고, 철도의 경우는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와도 연계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동서육축고속도로가 어서 빨리 완공되어 영덕에서 신도청소재지인 안동으로 그리고 중부 및 경부고속도로와 연계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영덕이 교통의 불모지가 아니라 맘만 먹으며 수도권이든 다른 대도시에서 큰 부담없이 운전해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동안 동해연안보전에 관한 연구에 참여하여, 포항에서 영덕에 걸친 바닷가를 여러 차례 방문했었다. 바닷가를 따라 아름다운 마을들이 연이어 있고 현대식의 레스토랑이며 펜션들이 꽤 많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본다면 무질서함 또한 이곳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 해변이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해수면 가까이에 집들이 지어져 있다. 때로는 다섯집에서 열집 정도의 작은 마을들이 해변을 따라 자주 눈에 뜨인다. 하지만 이들 마을에 도로며 상하수도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멋지게 지어진 레스토랑이며 횟집들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진다.

이러한 SOC부족의 마을이며 상가들이 동해안의 오염원이 되고 있다. 이곳에 소규모 폐수처리시설들이 설치되어야함은 당연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변마을들을 중심으로 SOC를 갖추고 서로 네트워크 시키되, 너무 작은 마을들은 차차 정리하여 환경오염원을 줄이고 난개발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별로 쓰이지 않는 조그만 어항들의 경우도 관광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지인이 영덕 풍차공원 인근 언덕배기에 멋진 펜션을 열었다. 축하차 찾았다가 인근 해변횟집에서 식도락을 즐겼는데, 주변의 풍치와 함께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젠 좀 더 영덕을 자주 찾아가게 될 것 같다.

2012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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